맨유 앰배서더 활동으로 바쁜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16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SBS '러시아 월드컵' 기자회견자리에서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는 소감과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 대한 우려와 기대에 대해 털어놨다.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던 박지성이 해설위원으로 팬들 앞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배성재 아나운서의 신뢰가 컸음을 알렸다.

◆ 해설자로 변신한 박지성

박지성은 "배 아나운서를 믿고 해설위원을 하기로 결심했다. 배 아나운서가 '해설을 통해 어떤 축구를 했고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팬들과 공유하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설득했다. 그게 해설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해설 컨셉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내가 어떤 컨셉을 잡아서 하는 것보다 하다보면 팬들께서 해설컨셉을 잡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리허설을 통해 찾을 것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잘 해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SBS vs MBC vs KBS 중계 승자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한국 국가 대표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별 해설위원들의 대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았다. SBS는 박지성을 앞세워 현장감을 전한다는 입장이지만 MBC에도 안정환 해설위원이 자리를 잡고 있고 KBS 역시 이영표 해설위원이 버티고 있어 만만찮은 해설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청률을 고민할 것이지만,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팬들이 다양한 해설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각자 다른 선수 생활을 했고 축구를 보는 관점도 다르다.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다르게 해설할 것이다"라고 말해 다양성을 강조한 해설철학을 밝혔다.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이 예상한 '러시아 월드컵 관전 포인트 6'
◆ 16강 진출 가능할까

축구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정환, 이영표 해설위원이 말하는 것을 봤다. 확률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상태로 봐서는 50%가 안 된다고 본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월드컵에서는 언제나 이변이 일어났다. 남은 시간 얼마나 준비를 하느냐, 팬들의 응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그 역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알렸다.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다수의 전문가들이 아시아 국가의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본다. 나도 동의한다"고 말해 에둘러 일본의 예선 탈락을 점쳤다.

◆ 이승우 깜짝 발탁과 주장 기성용 등 주목할 선수

이승우의 깜짝 발탁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명단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하는 게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당돌한 선수라 자극제가 될 것이다. 특히 이승우는 스피드가 좋다. 확실한 색깔이 있는게 장점이다"고 말했다.

주장 기성용에 대해서는 "나도 선수 시절 대표팀에서 주장이 될 지 몰랐다. 선배 주장들이 어떻게 했는지 돌아봤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 이미 기성용은 주장을 여러번 경험했다.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청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지성은 이청용에 대해 "능력을 의심할 필요없다. 최근 경기력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스스로 증명하면 된다. 본선에서 경기에는 17~18명 정도 출전할 것이다. 어떻게 쓸 지는 신태용 감독의 몫이다. 이청용은 월드컵 본선에 두번 참가했고,프리미어리그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대결 국가별 승부 포인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옛동료 치차리토(멕시코)에 대해선 "장점은 위치선정과 골결정력이다. 박스에서 잘 막아야 한다. 한 선수가 막는 것 보다는 수비진 전체가 예의주시해야 한다. (치차리토가)피지컬이 강한 선수는 아니다. 문전 앞 움직임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2차전 상대 멕시코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려운 경기를 할 것이다. 멕시코는 스리백을 하면서도 공격적이다.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형이다. 압박의 강도와 스피드가 좋다. 압박을 어떻게 견딜지가 포인트다. 무승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대해서는 "그들의 피지컬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1승1무1패로 16강에 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경기인 스웨덴 전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 대해서는 "23명 중 누가 나와도 우리 보다 강하다. 독일이 우리와 경기를 하기 전에 2승으로 16강 진출이 결정되면 좋다. 쉽지 않은 상대다"고 말했다.

◆ 눈 여겨 봐야할 선수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할 선수로는 아프리카를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꼽았다. 살라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선수다.

우리나라와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맞붙는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에밀 포르스베리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 사이드에서 뛰는 공격수이지만 중앙으로의 침투능력이 뛰어나 그를 막으려면 우리 수비수들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월드컵 우승만 못 이룬 메시도 눈여겨봐야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가 준우승만 너무 많이해 월드컵 우승에 대한 메시의 갈증이 그 어느때보다 클 것이라는 게 박지성의 예상이다.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이 예상한 '러시아 월드컵 관전 포인트 6'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사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