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의 아빠’ 웹 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100만달러)을 제패했다. 5년 만의 우승이다.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는 또 다시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펼치며 ‘붉은 황제’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심슨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쏘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1 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심슨은 2013년 10월 슈라이너스 호스피털 췰드런스 오픈 이후 4년 7개월여 만에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통산 5승째.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다. 심슨은 우승을 확정한 뒤 대회장에서 기다리던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의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상금 198만달러도 그의 몫이 됐다. 한국 돈으로 약 21억원에 달한다. 2위 그룹에는 지미 워커, 찰 슈워첼(남아공), 젠더 셔펠레가 이름을 올렸다.

우즈는 이날 3타를 추가로 덜어내며 11언더파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6언더파를 줄인 맹타에 이어 이틀 동안 합계 9타를 줄여내 전성기 못지 않은 경기 운용 능력을 과시했다. 우즈는 12번홀(파4)까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쓸어담으며 한 때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전반 3~5번홀에서는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전날에 이어 퍼트감이 좋았고,드라이버 티샷이 정확하게 날아가 페어웨이를 잘 지켰다. 4~5m 짜리 파 퍼트와 버디 퍼트가 홀에 똑똑 잘 떨어졌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14번홀(파4) 보기와 17번홀(파3)더블 보기가 발목을 잡았다. 우즈는 “4,5타만 더 줄였으면 우승경쟁을 할 수 있었는데 후반 몇 개의 퍼팅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우즈는 14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354야드나 날려 갤러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111야드를 남긴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둔덕 밑에 떨어졌는데, 이 때 퍼터로 굴려 올린 공이 깃대 앞 1.5m 거리에 머물면서 까다로운 파 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섬으로 만든 ‘마(魔)의 17번홀’에서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샌드웨지로 131야드짜리 부드럽게 티샷을 했지만 턱없이 짧게 떨어지면서 해저드에 공을 빠트려 더블 보기를 적어내야 했다. 17번홀은 그린 상공의 풍향과 티잉 그라운드의 풍향이 서로 달라 선수들이 거리를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티잉 그라운드의 풍향계와 풍속이 시간당 3마일 정도의 동남풍을 가리키고 있을 경우 그린 상공의 바람은 11마일 북서풍을 나타낼 정도로 예측이 어려웠다.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펼친 차세대 황제 조던 스피스는 17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선전을 펼쳤지만 마지막 홀에서 쿼드퍼플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6언더파 공동 41위로 미끄럼을 탔다.

한국계 대니 리(이진명)가 최종합계 12언더파로 공동 7위에 올랐다. 이날 2타를 줄인 안병훈이 8언더파 공동 30위로 대회를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김시우는 이븐파를 쳐 3언더파 공동 67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시우는 “2라운드부터 조금 욕심을 냈던 게 흐름이 나빠지는 원인이었던 것 같다. 많이 배웠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