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112년 만에 열린 올림픽 남자골프 경기. 골프 변방국인 브라질의 아디우손 다 실바(46·사진)는 넋이 반쯤 나가 있었다. 당시 세계랭킹 288위던 자신이 올림픽 골프의 부활을 알리는 첫 티샷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는 힘껏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다 실바는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그곳에서 ‘112년 만의 샷이 밖으로 나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뿐이었다”며 “첫샷의 주인공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감격스러웠지만 곧바로 인생에서 가장 큰 부담감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왼쪽에는 긴 갈대숲이 있었고 오른쪽엔 공간이 있었지만 페어웨이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공이 페어웨이에 안착한 순간, 그때의 기쁨은 갓 태어난 아들을 안을 때와 같았다”고 껄껄 웃었다.

‘삼바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골프는 관심 밖 종목이다. 곧 50세를 바라보는 다 실바는 여전히 브라질 선수 중 이날 기준 가장 높은 세계랭킹(361위)을 기록하고 있다. 주로 활동하는 무대도 브라질이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샤인투어다. 다 실바는 “브라질에서 골프를 시작하려면 골프장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등 서민이 접근하기 매우 어려운 종목”이라며 “나 역시 열네 살 때 브라질을 찾은 한 부자 사업가의 눈에 띄어 후원받아 골프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 실바는 3일 개막한 GS칼텍스 매경오픈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선샤인투어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대한골프협회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여서 참가 자격을 얻었다. 1라운드 경기를 마친 소감을 묻자 다 실바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 골프장 상태는 정말 좋은 것 같다. 때론 ‘너무’ 좋은 것 같다. 오늘도 빠른 그린에 고전해 퍼트를 35개나 했다”며 “좋은 선수와 협회가 있으니 스폰서도 몰리는 것 아니겠나. 브라질 사람으로서 매우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 실바는 “올림픽 이후 브라질에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접하고 있다”며 “주니어 골프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브라질도 한국처럼 좋은 골프장에서 좋은 투어 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 실바는 6일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8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15오버파 299타로 커트를 통과한 데 만족해야 했다. 박상현(35·동아제약)이 1타 차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보기에 그친 장이근(25·신한금융그룹)을 꺾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