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첫 골프 식시스 대회 우승팀인 덴마크의 토비욘 올레센-루카스 브제레가르드팀.
지난해 열린 첫 골프 식시스 대회 우승팀인 덴마크의 토비욘 올레센-루카스 브제레가르드팀.
유럽투어가 ‘펀(fun)골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18홀 스트로크 플레이 중심의 일반 프로 대회와는 달리 ‘속도감과 재미’를 강조하는 단축 골프대회를 실험적으로 내놓고 있다. 5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세인트 얼반즈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언 투어 ‘골프 식시스(golf sixes)’가 그런 사례다.

지난해 처음 등장한 이 대회는 2명이 한 팀을 이룬 16개 팀(국가대표 또는 연합팀)이 출전해 이틀간 매치 플레이 방식으로 우승팀을 겨루는 팀 대항전이다. 첫날 4팀씩 4조로 조별리그를 치른 뒤 상위 2팀이 이튿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지난해 우승팀인 덴마크의 토비욘 올레센-루카스 브제레가르드팀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가운데 남녀 혼성팀인 토마스 비에른(덴마크)-카트리나 매튜(영국)팀이 우승 경쟁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우승하면 유럽 골프 사상 첫 혼성팀 챔피언 탄생이란 기록을 쓰게 된다. 이 둘은 ‘유러피언 캡틴팀’이란 이름으로 출전했다. 비에른은 2018 라이더컵(미국과 유럽팀 대륙 대항 골프대회) 단장이고, 매튜는 2019 솔하임컵(미국과 유럽의 대륙 대항 여자 골프대회) 단장이다. 여자로만 구성된 2팀도 출전했다. 조지아 홀-찰리 헐이 짝을 이룬 잉글랜드팀과 멜 라이드-카를로타 시간다가 한 팀으로 묶인 유럽여자팀이다.

혼성팀 출전 외에도 색다른 건 또 있다. 골프 식시스는 빠르고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18홀 스트로크 방식이 아닌 6홀 그린섬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 그린섬은 팀원이 모두 티샷을 한 뒤 좋은 샷 하나를 택해 두 선수가 번갈아 샷을 하는 방식이다. 경기 진행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테마홀에선 더 빠른 경기를 요구한다. 4번홀의 경우 티샷은 물론 두 번째 샷도 30초 안에 해야 한다. 이른바 ‘샷클락’ 제도다. 지난해 제한시간이 40초였던 것에 비해 훨씬 촉박한 시간이다. 경기진행위원은 시간을 재기 위해 샷 지점에 초시계를 배치한다. 시간을 초과하면 벌타가 매겨진다. 2번홀에서는 버디를 하면 유럽 암재단에 기부하게 돼 있다. 첫 홀에서는 각 팀이 등장할 때 요란한 응원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난해엔 폭죽까지 터뜨리기도 했다.

연장전 방식도 색다르다. 마지막날 토너먼트에서 6홀 매치를 하고도 비기면 별도로 만든 연장홀에서 연장전을 치르는데, 여기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연장전 전용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해 홀에 가깝게 공을 붙인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1박2일까지 끝장 승부를 벌이는 일반적인 스트로크 방식 대회와는 차별되는 ‘속도전’형 연장전이다. 대회가 이틀이면 종료되고, 연장전도 길어야 두 홀이면 끝나는 셈이어서 ‘빠르고 재미있는 골프’를 지향하는 유럽투어의 새로운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