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로컬룰과 경기조건·공지사항 들여다보니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는 경기진행에서도 흠잡을 데 없을만큼 매끄럽다.

올해 대회를 위해 모인 경기(룰)위원은 약 80명이다. 그들은 홀마다 2∼3명이 배치되거나, ‘로버’(rules rover)라는 이름으로 코스를 두루 돌며 규칙을 재정하고 플레이 속도 등을 체크한다. 이들은 선수가 요청하면 1분안에 현장에 도착한다.

아시아 사람으로는 일본골프투어의 야마나카 히로, 아시안투어의 지티삭 탐프라서트(태국)가 ‘룰’(RULE) 완장을 차고 경기위원으로 활약했다.

보통 골프대회에서는 골프규칙 외에 특정 지역에 비정상적인 상태가 있을 때 적용하는 로컬룰, 그리고 경기조건과 선수들에 대한 공지사항(NTP) 등을 마련해 적용한다. 마스터스도 예외는 아니다. 로컬룰과 경기조건은 스코어카드와 비슷한 형태로 된 하드 카드 앞뒤에 빽빽이 적어놓았다. 선수들에 대한 공지사항은 A4 용지 두 장 분량에 구체적으로 적어 라커룸 등지에 붙여놓았다.
올해 마스터스 로컬룰이 적힌 카드.  /한경닷컴
올해 마스터스 로컬룰이 적힌 카드. /한경닷컴
◆마스터스에만 있는 로컬룰

오거스타내셔널GC에는 개울이나 연못이 있는 곳마다 유명한 다리가 있다. 12번홀 그린에 다다르는 ‘벤 호건 브리지’, 13번홀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를 연결하는 ‘바이런 넬슨 브리지’, 15번홀 그린에 이르는 ‘진 사라센 브리지’가 그 것이다.

이 다리들은 워터해저드 구역에 포함되므로 워터해저드로 간주된다. 볼이 운좋게 이 다리에 멈출 경우 그 곳에서 그냥 쳐도 된다. 특히 다리 바닥은 인공장애물이므로 클럽헤드를 다리에 대도 상관없다.

다만, 13번홀 그린 좌우에 있는 다리 형태의 두 통로는 예외다. 이 곳에는 13번홀 페어웨이에서 그린으로 접근하는 통로와, 홀아웃한후 14번홀 티잉그라운드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 이 두 통로엔 잔디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이 통로는 워터해저드내 지면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통로에 볼이 멈출 경우 클럽이나 손을 바닥에 대서는 안된다고 로컬룰에 명시돼있다. 볼이 다리에 멈출 때 적용하는 규칙이 다른 것이다.

마스터스에서는 드롭존이 여럿 있다. 11,12,13,15번홀은 그린 근처 워터해저드 뒤쪽(티잉그라운드쪽)에, 16번홀(파3)은 티잉그라운드 맨앞에 드롭존이 있다. 이 홀들에서 볼이 물에 빠지면 규칙(26-1)대로 워터해저드 처리를 하거나 추가 옵션으로 드롭존을 이용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올해 첫날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후 해저드 근처에 설치된 드롭존으로 나가 샷을 했다.

드롭존은 워터해저드에만 있다. 빨간 색으로 표시된 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드롭존을 이용할 수 없고 규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국내외 일부 대회에서 래터럴 워터해저드 근처에도 드롭존을 설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린에서도 로컬룰 적용 사례가 있다. 그린 잔디가 손상돼 새 잔디로 보식한 곳(turf plug)도 그 직경에 상관없이 예전에 사용한 홀 자국처럼 수리할 수 있다.

마스터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로스 웨이’(갤러리들의 이동편의를 위해 설정된 홀을 가로지르는 통로)는 수리지로 간주된다.이 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잔디가 밟혀 있다. 차량이나 갤러리 등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손상된 구역도 룰 로버의 판단에 따라 수리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 박힌 볼(스루 더 그린으로 확장), OB, 코스와 분리될 수 없는 건조물,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TIO) 등은 여느 대회와 비슷하다. TIO에서는 ‘양쪽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마스터스 공지사항 첫 페이지.  /한경닷컴
올해 마스터스 공지사항 첫 페이지. /한경닷컴
◆올해 공지사항에 추가된 내용은?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R&A는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바뀐 골프규칙을 적용한다.

규칙 6-6d(홀에 대한 스코어의 오기)의 예외 조항도 그 중 하나다. 지금은 선수가 어느 홀에 벌타를 포함하지 않아 실제타수보다 적은 스코어를 제출했으나 스코어카드 제출전에 규칙 위반 사실을 몰랐을 경우 가중 처벌을 받는다. 요컨대 규칙에 정해진 벌을 받고 6-6d를 위반했다고 하여 2벌타를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추가 2벌타를 받지 않도록 규칙이 개정된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그 새로운 규칙 조항을 미리 도입해 공지사항에 명시했다.

역시 내년부터 규칙으로 명문화되는 ‘퍼팅그린에서 우연히 움직인 볼(볼마커)에 대해서는 벌이 없다’는 내용은 이미 지난해에 공지사항으로 넣었다.

마스터스의 로컬룰, 경기 조건, 공지사항은 발생가능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