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3·4라운드에서 프로와 라운드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있다고요?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열리는 기간에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라운드 기회를 거의 매년 얻는 아마추어 골퍼가 있다. 그것도 커트를 통과한 선수들끼리 우승경쟁을 벌이는 3,4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플레이한다.

올해 대회 3라운드에서 폴 케이시의 마커로 동반 플레이한 아마추어 골퍼 제프 녹스. 그는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원 중 최고수다. [사진=USA투데이 홈페이지]
올해 대회 3라운드에서 폴 케이시의 마커로 동반 플레이한 아마추어 골퍼 제프 녹스. 그는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원 중 최고수다. [사진=USA투데이 홈페이지]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2라운드 후 53명이 커트를 통과했다. 지난해와 같은 숫자다.

오거스타 내셔널GC측은 대회 3,4라운드에서는 두 명을 한 조로 묶어 플레이하도록 한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이 남는다. 마스터스는 이럴 때 전통적으로 맨 처음 플레이하는 선수에게 ‘非선수 마커’를 붙인다. 마커는 선수와 똑같은 조건으로 동반플레이를 하면서 그 선수의 페이스 유지를 돕고, 스코어 카드도 책임진다. 그 마커는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원으로서 골프를 잘 치는 ‘아마추어 고수’다. 물론 선수와 함께 챔피언스티에서 플레이한다.

올해 3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플레이한 선수는 세계랭킹 13위 폴 케이시(영국)였다. 케이시의 마커로는 올해도 제프 녹스(55·미국)가 나섰다. 그는 8년 연속, 그리고 이날까지 통산 열 한 차례 마스터스에서 18회째 마커로 라운드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것도 패트론(갤러리)들이 꽉 들어찬 메이저대회의 ‘무빙 데이’와 최종라운드때다.

녹스는 지난 2003년 오거스타 내셔널GC 멤버티(레귤러티)에서 61타를 쳤다. 멤버티 최소타수다. 그는 특히 퍼트를 잘한다. 그린이 빠르기로 정평난 오거스타 내셔널GC에 딱 맞는 골퍼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아멘 코너’ 세 홀의 경우 두 사람의 스코어는 모두 1언더파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녹스는 11번홀(파4·길이 505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을 오른편 러프에 보내고도 어프로치샷을 홀옆 7m지점에 떨군 후 버디퍼트를 성공했다. 11번홀은 올해 대회 2라운드까지 평균타수 4.460타로 홀별 ‘난도(難度) 랭킹’ 1위인 곳이다. 그의 실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케이시는 13번홀(길이 510야드)에서 2온에 성공한 후 버디를 잡았다. 12번홀(길이 155야드)에서는 두 선수 모두 파를 기록했다.

이날 녹스의 스코어는 공개되지 않았다. 케이시는 3언더파 69타를 쳤다. 동반선수도 그 날 라운드에 대해 시시콜콜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다. 녹스는 세계 톱랭커들이게 마련인 마스터스 출전선수와 동반라운드에서 6승10패1무를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2014년 3라운드에서는 로리 매킬로이와 동반해 녹스가 70타, 매킬로이가 71타를 쳤다. 녹스는 2016년 대회에서는 버바 왓슨, 재미교포 케빈 나의 마커로 나섰다. 왓슨은 2012년과 2014년 마스터스 챔피언이다.

지난해 3라운드 때에는 당시 세계랭킹 3위 제이슨 데이와 동반플레이했다. 데이는 “제프가 매킬로이를 능가했다고 들었으나 나는 그에게 지고싶지 않았다”며 “내가 2번홀에서 보기를 한 바람에 초반엔 막상막하로 진행됐으나 후반에 내 기량을 발휘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날 데이는 3언더파를 기록했다. 녹스의 스코어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78타 언저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녹스는 작년 최종라운드에서는 전 세계랭킹 1위 어니 엘스와 동반플레이를 했다.

한편 3년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도 두 명씩 조를 편성한 후 한 명이 남게 되자 마스터스처럼 ‘非선수 마커’를 붙여 대회를 치렀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