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챔피언 가르시아, 첫 날 한 홀에서 13타 ‘악몽’

김경수의 2018 마스터스 리포트

15번홀에서 다섯 차례 연못에 ‘풍덩’한 끝에 12온1퍼트
네 번의 샷은 그린에 떨어진 후 굴러들어가는 불운당해
15번홀 역대 최악 스코어, 대회사상 한 홀 최악 스코어 타이 불명예
9오버파 81타로 끝에서 둘째… 그린 재킷 걸친 후 1년만에 커트 탈락 위기

‘오거스타의 신(神)’의 저주인가.

지난해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제82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첫 날 한 홀에서 악몽같은 13타를 기록했다. 13타는 마스터스 역사상 한 홀 최다타수 타이기록이다.

세르히로 가르시아가 첫날 15번홀에서 볼이 잇따라 연못으로 들어가자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USA 투데이 홈페이지]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 15번홀. 가르시아의 티샷이 페어웨이 왼편에 잘 떨어졌다. 공략 각도상으로 2온을 노리기에 무리는 없어보였다.

그린을 겨냥한 가르시아의 두 번째 샷은 짧아 그린앞 워터해저드에 들어갔다. 거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가르시아는 연못앞 후방선상에 볼을 드롭하고 치는 옵션을 택했다. 가르시아의 불운은 그때 시작됐다. 그 지점에서 계속 시도한 샷이 네 번이나 물에 들어가고 말았다.

네 번 모두 볼이 그린에 떨어진 후 경사를 타고 굴러 물속에 빠졌다. 가르시아는 그럴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으나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챔피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했을 법하다.

오거스타 내셔널GC 15번홀(파5) 2온 공략도. 세르히오 가르시아도 이날 2온을 노리다가 볼이 물에 빠진 후 13타를 치는 '참사'를 당했다. [그림=마스터스 홈페이지]

가르시아가 그 곳에서 다섯 번째 시도한 볼(12타째)도 위험해 보였으나 가까스로 그린에 멈췄다. 한숨 돌린 가르시아는 2.5m거리의 퍼트를 넣고도 여전히 낙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홀 스코어는 8오버파(옥튜플 보기) 13타였다.직전까지 2오버파를 기록중이던 그의 스코어는 한 홀에서 10오버파로 돌변했다. 가르시아는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고 9오버파 81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87명 가운데 끝에서 둘째다. 지난해 챔피언이지만 커트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날 15번홀 깃대는 그린의 앞에서 7야드, 오른쪽끝에서 6야드 지점에 꽂혔다. 홀이 그린 오른쪽 구석진 곳에 있어서 버디를 노리는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13타는 마스터스 대회 사상 15번홀에서 나온 최악의 스코어다. 종전 이 홀 하이 스코어는 11타로 세 차례(1987년 점보 오자키, 1997년 벤 크렌쇼, 1998년 이그나시오 가리도) 있었다. 이제 세 선수는 가르시아 ‘덕분’에 불명예 기록에서 이름을 내리게 됐다.

대회 첫날 홀별 핀 위치도.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13타를 친 15번홀은 그린 오른편 앞쪽 구석진 곳에 깃대가 꽂혔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13타는 또 역대 마스터스 한 홀 최악 스코어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는 13번홀(파5)에서, 1980년 톰 와이스코프는 12번홀(파3)에서 13타를 기록했다. 38년만에 이들 이름옆에 가르시아가 추가된 것이다.

한편 최근 ‘빅 네임’이 한 홀에서 몰락한 사례는 어니 엘스를 꼽을 수 있다. 엘스는 2016년 대회 첫날 1번홀 그린에서 6퍼트를 한 끝에 9타를 쳤다. 그것도 약 1m 거리에서 여섯 번이나 퍼트를 해 화제가 됐었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