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연습날에도 구름 관중 모인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는 1∼4라운드에 입장하는 관객을 하루 4만 명 안팎으로 제한한다.

더 많은 입장권을 팔 수 있지만, 경기 때 통제 가능한 관객 수를 4만 명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코스에서 연습하는 현지 시각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사흘 동안은 입장권 판매를 하루 5만 장으로 늘린다.

아닌 게 아니라 마스터스 연습 날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은 들어찬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연습날 입장권 수입만 1천만 달러(약 10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에 유난히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물론 오거스타와 마스터스가 지닌 매력 때문이다.

소문난 폐쇄적 운영으로 평소에 문턱을 넘기 힘든 오거스타를 차분하게 둘러보고 아름다운 코스를 감상하기에는 연습 라운드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TV에서만 보던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척에서 보는 기회 역시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에서 누리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 때는 전설적인 왕년의 옛 스타들이 코스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스터스는 한번 우승하면 본인이 원하는 한 평생 출전권을 주는데 경기에 나서지 않는 원로들도 연습 라운드 때는 코스를 밟으러 온다.

또 한가지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의 인기 비결은 기념품이다. 마스터스 기념품은 한번 대회를 치를 때마다 500억원 어치가 넘게 팔릴 만큼 인기다.

연습 라운드가 열리는 월∼수요일에는 기념품 가게에 재고가 넉넉하다. 1, 2라운드가 열리는 목, 금요일에 벌써 동날 조짐을 보이고 3, 4라운드 때는 인기 품목은 구하기 어렵다.

이렇게 PGA투어에서 연습 날에도 입장권을 팔고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건 마스터스뿐 아니다.

대부분 대회는 연습 라운드를 팬에게 개방한다. PGA투어 대회에서 팬들이 연습 라운드 날 선수들을 따라 코스를 돌거나 연습장이나 연습 그린에서 선수들 연습을 지켜보다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은 광경은 흔하다.

정작 경기가 시작되면 통제가 강화되고 선수들의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연습 라운드 때만큼 팬들에게 너그럽지 않아서 연습일 관람을 더 선호하는 팬들도 많다.

선수들도 긴장감이 덜한 연습 날에는 팬들의 사인 요구나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스스럼없이 응하며 소통하는 기회로 삼는다.

하지만 국내 프로 골프 대회에서는 이런 광경은 볼 수 없다.

대개 화요일이나 수요일을 공식 연습 날로 정해놓고 골프장을 빌려 선수들에게 내주지만 관객에게는 개방하지 않는다.

연습 날에는 선수, 캐디, 그리고 코치를 비롯한 관계자들만 코스를 누빌 뿐이다. 연습 날 골프 코스는 한갓지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2016년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은 연습 날에 팬들에게 코스를 개방하고 있다.

연습 날에 좋아하는 선수를 보러 오는 팬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큰 호응은 없었다. 평일인 데다 대회장이 경기도 외곽의 외진 지역이라는 한계가 작용했다.

그렇지만 연습날도 관객에게 코스를 개방하는 것은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더 많은 대회가 연습 날을 개방해야 한다.

주최 측은 정작 경기 날에도 오지 않는 팬에게 연습 날까지 오라고 코스를 개방하고 준비하는 게 귀찮게 여겨질 수도 있다.

선수들은 연습 날까지 팬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스터스가 처음부터 세상에서 가장 인기 높은 골프 대회가 된 게 아니다. 또 처음부터 마스터스 연습 날에 구름 관중이 몰린 것도 아니다.

마스터스는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운영으로 악명이 높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팬을 위한 배려가 깔렸다.

kho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