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휴스턴오픈(총상금 700만달러·약 74억원)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험블의 휴스턴GC(파72·7441야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신예 보 호슬러(미국)가 9m짜리 버디 퍼팅을 했다. 공은 똑바로 굴러간 뒤 컵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갔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호슬러에 이어 이언 폴터(잉글랜드)가 6m짜리 버디 퍼팅을 했다. 공은 컵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 홀에서 1타를 줄이며 호슬러를 연장전에 끌고 간 폴터는 오른손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강하게 치며 포효했다.

폴터의 기세는 연장전에서도 이어졌다. 호슬러가 샷 난조로 트리플 보기를 한 반면 폴터는 차분하게 파를 잡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PGA투어에서 6년 만에 맛본 우승이었다. 한때 ‘실력 거품 심한 골퍼’ 1위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한 폴터는 87번째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권까지 획득해 ‘명인열전’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끈질긴 추격 끝에 역전승

폴터는 이날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며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폴터는 호슬러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에서 생애 첫 우승이자 와이어 투 와이어(1~4라운드 내내 선두) 우승을 노리던 호슬러가 크게 흔들렸다. 티샷과 두 번째 샷이 연달아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은 워터해저드에 들어갔다. 트리플 보기를 범한 호슬러는 폴터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시즌 첫 승과 마스터스 출전의 꿈은 깨졌지만 신인 선수로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유럽프로골프(EPGA)투어를 오가며 뛰고 있는 폴터는 이번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3승을 기록했다. 2012년 4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십 우승 이후 무려 6년 만의 우승이다. 특히 폴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는 5일 개막하는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폴터는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이 51위였다. 50위 이내까지 주어지는 마스터스 초대장을 한 끗 차이로 받지 못한 상태였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폴터는 지난주 WGC 델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 기간 취재진에게서 “8강에 진출했으니 마스터스 출전이 확정된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들었다. 사실은 8강에서도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폴터의 기쁨은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이런 혼란스러움에 흔들린 폴터는 8강전에서 케빈 킨스너(미국)에게 8홀 차이로 대패해 4강에 오르지 못했다.

폴터가 그 이상의 성적을 거뒀더라면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어 실제로 마스터스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폴터는 “지난주에는 고통스러웠다. 여기(휴스턴오픈)에 오려니 피곤했다. 목요일(1라운드)에는 좌절했다. 최선의 경기를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골프 즐기자’ 멘탈 회복 후 맹타

폴터는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 3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로 맹타를 날리며 선두로 올라섰다. 그는 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승 직후 “스윙 코치의 조언을 들었다. 골프를 즐기고 결과는 지켜보자고 마음을 바꿨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폴터가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올해 42세인 그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다가 2016년 수개월 휴식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동료들이 뽑은 ‘실력 거품 심한 골퍼’로 리키 파울러와 함께 뽑히는 굴욕도 당했다. 폴터는 우승의 영광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내에게 돌렸다. 그는 “수년간 아내는 바위처럼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켰다. 아내 덕분에 내가 여기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마스터스에선 ‘K골퍼’ 중 김시우(23·CJ대한통운)만 볼 수 있다. 3년 연속 마스터스 출전을 노리던 안병훈(27·CJ대한통운)은 휴스턴오픈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했다. 재미 동포 한승수와 함께 공동 5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재미 동포 제임스 한과 존 허는 9언더파 279타로 나란히 공동 32위에 올랐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