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은 아마추어가 프로에게 받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프로에게도 해줄 수 있고,프로가 프로에게도 해줄 수 있는 게 골프레슨이다. 골프 레슨은 스윙교정같은 기술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꽉 막혀있던 갈증을 뚫어주는 단순한 ‘힌트’가 솔루션이 될 수도 있고, 지나가는 듯한 한 마디 말이 해법을 찾는 일종의 ‘트리거(trigger)’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얼마전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지은희(32·한화큐셀)는 자신의 캐디인 마틴 보젝(martin bozek)에게서 결정적인 힌트를 얻고 오랜 슬럼프를 탈출 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각국의 여러 레슨프로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아마추어 골퍼이자 캐디인 그가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오랜 관찰의 힘 덕분이다.

지은희는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순간 클럽헤드가 밑으로 뚝 떨어지는 ‘2플레인’ 스윙을 했다. 하지만 백스윙과 다운스윙간 궤도의 각도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였다. 스윙결과물의 일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젝이 이 문제를 포착해냈고,결국 이를 최소화함으로써 샷 정확도 향상이라는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다.

동료 선수에게서 ‘영감’과 ‘힌트’를 얻는 프로들도 많다. KLPGA 챔프 지한솔 프로(22)는 JLPGA(일본 투어)의 맏언니 강수연 프로(42)의 ‘한마디’가 반전의 계기를 가져다 줬다. 퍼팅 연습도중 감각이 온 순간에 곧바로 연습을 멈추라는 얘기였다. 그 이상 연습을 하면 오히려 감각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 ‘연습벌레’로 통했던 그에게 충격같은 메시지를 던졌고,그는 그 이후 생애 첫 승을 거머쥐었다.

얼마 전 4년여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재미동포 골퍼 미셸위(29)는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자신의 골프에 수많은 변화를 준 선수다. 심지어 당시 슬럼프에 빠져 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게까지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칩샷 기술이었다. 우즈가 미셸위에게 권한 훈련이 한 발을 뒤로 뺀 채 칩샷을 하는 것이었다. 균형감과 거리감을 예민하게 만드는 게 이 훈련법. 미셸위는 “같은 얘기를 해도 우즈가 하면 달리 들렸다”고 했다.

우즈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지는 않았다. 성격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오픈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셸위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우즈는 중퇴했고, 미셸위는 졸업했지만 둘은 스탠포드대학교 동문이다. 다만 우즈는 자선행사에서 딱 한 번 레슨을 해준 적이 있다.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해 5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태풍 ‘하비’ 이재민 돕기 프로암 행사에 레슨권을 경매로 내놔 이를 사간 2명의 아마추어 골퍼에게 ‘황제 교습’을 해줬다.

레슨 가격은 21만달러, 우리돈 2억3000만원 정도다. 당시 복귀를 준비하던 타이거 우즈는 몸 상태가 완전한 컴백을 얘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그럼에도 귀하디 귀한 그의 한수지도를 받으려는 이들은 차고 넘쳤다. 1만달러에서 시작한 레슨 경매가는 얼마안가 20만달러까지 치솟았고,경매 진행자가 호가를 일시 중단시키는 일까지 생기기도 했다. 결국 레슨 경매는 익명의 2명에게 21만달러에 실제로 낙찰됐다. 우즈의 ‘시장가격’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해볼 계기가 된 것이다.

우즈는 지금까지 4명의 스윙 코치로부터 레슨을 받으며 ‘타이거표 스윙’을 완성해왔다. 부치 하먼에서 시작한 코치 편력은 2004년 행크 헤이니로 옮겨갔다가, 2010년 션 폴리로 다시 변했고, 2014년 크리스 코모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코치가 없지만 지금까지 ‘수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도 만만치 않은 지적재산이다.

우즈가 만약 은퇴를 선언한 뒤 골프아카데미를 열고 직접 개인레슨을 할 경우 단박에 수 백 억원을 손에 쥘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챃게 나오는 배경이다. 1996년 PGA투어에 프로로 데뷔한 우즈는 지금까지 22년간 상금만 1억1118만달러(약 1200억원)를 벌었다. 물론 상금의 몇 배를 광고와 후원금, 보너스 등으로 벌었지만, 그가 레슨시장에까지 진출할 경우 아직도 벌어들일 돈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