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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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 여자 프로골프가 미국 무대(LPGA)에 진출해 첫 승을 올린 지 꼭 30년째 되는 해다. 1988년 구옥희 프로(2013년 작고)가 애리조나에서 열린 스탠더드레지스터 대회에서 한국인 첫 승을 신고한 뒤로 올해까지 45명이 165승(한국계 30승 제외)을 수확했다.

LPGA투어 정복은 명예와 부를 가져다준다. 특히 생애 상금 1000만달러(약 110억원)는 실력과 꾸준함을 동시에 나타내는 지표다. 지금까지 LPGA투어에서 ‘1000만달러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박세리(25승·1258만3713달러), 박인비(19승·1383만1156달러), 최나연(9승·1072만9305달러) 등 세 명이 전부다. 하지만 베테랑의 선전이 잇따르고 있는 올 시즌 이 클럽이 더 북적거릴 가능성이 커졌다.

김인경, 유소연 “4호 가입은 내가 먼저”

한국인 네 번째 1000만달러 클럽 가입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선수는 김인경(30)이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3개 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김인경은 122만7674달러를 벌어 생애 총상금을 879만9258달러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처럼 올해 121만달러 이상을 추가하면 LPGA투어 데뷔 11년 만에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김인경은 ‘고효율 골퍼’의 대명사다. 지난해 전체 대회 수의 3분의 1 수준인 12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만으로 연간 총상금 100만달러를 넘기는 ‘실속장사’를 했다.

올해는 만만치 않은 시즌이 예상된다. 초반 2개 대회에서 커트탈락과 공동 60위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22일(현지시간) 출전한 LPGA투어 기아클래식을 공동 4위로 출발해 분위기 반전이 기대되고 있다. 얼마 전 공항에서 도난당한 클럽 세트를 중고용품점에서 극적으로 되찾아 기분도 좋다. 김인경은 “마음의 의지가 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성현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수상한 유소연(28)도 올 시즌 1000만달러 클럽에 도전한다. 2012년 LPGA에 데뷔한 유소연은 지난해까지 864만8649달러를 모았다. 올해 135만달러 정도만 추가하면 목표를 달성한다. 지난해 23개 대회에 출전해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등 2개 대회를 제패한 그는 올해도 메이저를 포함해 2승 이상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유소연은 ‘믿고 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기량이 꾸준해서다. 그는 지난해 ‘톱10 피니시’ 확률 52%를 기록해 이 부문 LPGA투어 전체 2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엔 우승 없이도 125만9651달러를 벌어 ‘실속파 골퍼’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올해 부상이나 극심한 샷 난조만 없으면 생애 상금 1000만달러 돌파가 무난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인경과 함께 기아클래식에 출전한 유소연은 첫날 4언더파 공동 8위에 올라 시즌 첫 승 발판을 놨다.

박희영 4년8개월 만에 우승 도전

박희영(31)이 모처럼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아클래식 첫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모아 재키 스토엘팅(미국), 카롤린 헤드발(스웨덴) 등과 함께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미국 무대에 발을 디딘 박희영은 데뷔 3년 만인 2011년 CME그룹타이틀홀더스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2013년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에서 통산 2승째를 올렸지만 이후 승수를 쌓지 못했다. 지금까지 준우승 두 차례가 전부다. 통산 20승째에 도전하는 ‘돌아온 골프여제’ 박인비(30)가 1언더파 공동 39위로 무난하게 대회를 시작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