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OB에 주저앉고도 웃은 이유 "부활 시나리오 착착"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는 16번홀(파5) 아웃오브바운즈(OB) 한 방에 역전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OB가 나기 직전 공동 선두에 1타차로 따라 붙었던터라 아쉬움은 더했다. 앞서 1∼3라운드에서 한번도 버디를 놓친 적이 없었던 16번홀이었기에 보기는 뼈아팠다.
우즈는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지 않고 넘어가서는 연장전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나중에 밝혔다.
티샷이 왼쪽 OB 구역으로 사라지면서 우즈의 희망도 사라졌다. 추격의 동력을 잃은 우즈는 이어진 17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집어넣어 1타를 더 잃었다.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8타 뒤진 공동5위에 그친 우즈는 그러나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한번의 실수로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회한과 분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4월 마스터스를 겨냥한 부활 시나리오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2개 대회 연속 톱5 입상은 2103년 마스터스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이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치른 3차례 대회에서 모두 12위 이내에 든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PGA투어닷컴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타이거 우즈는 최대의 승자"라고 평가한 이유다.
혼다클래식부터 이어진 세차례 대회에서 우즈는 '이제 믿을만 하다'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했다.
무엇보다는 체력에 대한 의구심을 완벽하게 지웠다.
그는 4주 동안 3차례 투어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2주 연속이다. 세차례 대회에서 그는 4라운드를 모두 돌았다. 최종 라운드는 체력 소모가 큰 긴장감 속에서 치렀지만 체력에는 아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기력 회복 속도 역시 기대 이상이다.
그는 이날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근 12라운드에서 오버파는 혼다 클래식 2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친 딱 한 번 뿐이었다.
아이언샷의 예리함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해졌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그는 6번홀(파5)에서 그는 226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4m 이글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런 아이언 플레이는 더스틴 존슨(미국)을 연상케 한다고 CBS스포츠는 전했다.
탐욕스러울 만큼 우승을 갈구하는 근성도 새삼 확인됐다.
이날 우즈는 사뭇 공격적이었다. 60대 중반 타수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버디 사냥에 적극적이었다.
5번홀(파4)에서 그는 마치 단번에 그린에 볼을 올릴 기세였다. 치고 난 뒤 균형을 살짝 잃을 만큼 드라이버를 강하게 휘둘렀다. 이곳에서는 그는 337야드를 날렸다.
우즈는 올해 치른 다섯 차례 대회에서 갈수록 쇼트게임이 정교하고 대담해졌다. 칩샷을 하다 뒤땅을 쳐 '웨지 입스'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던 우즈는 아니다.
종종 나타나던 퍼트 실수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셜에서는 더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숙제는 있다.
티샷 불안이다. 이날도 OB 한방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렀다.
원래 우즈는 드라이버가 정확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티샷 실수는 승부사로서 면모를 되찾는 데 걸림돌은 분명하다.
마스터스가 개막하지 전까지 우즈가 티샷 불안을 얼마나 풀어낼지가 관심사다.
kho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