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사진)이 다시 맞붙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세계 랭킹 1위를 상대로 대등하게 맞서며 한국 테니스계의 희망을 되살렸다는 평가다.

정현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 8강에서 페더러에게 0-2로 패했다.

올해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현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새 역사를 썼다. 당시 그는 4강에서 페더러와 처음 만났지만, 오른쪽 발바닥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2세트에서 기권패 했다.

호주오픈 이후 49일 만에 페더러와 재회한 정현은 당시 기권을 한풀이라도 하듯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

첫 번째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당해 게임 스코어 0-3으로 끌려가며 어렵게 출발했다. 그러나 페더러의 서브에서 한차례 브레이크에 성공해 분위기를 바꿨고, 자신의 서비스도 지켜 3-3으로 균형을 맞췄다. 5-5까지 치열하게 맞선 정현은 그러나 5-6에서 브레이크를 허용해 아쉽게 1세트를 내줬다

2세트 초반에도 정현은 페더러와 치열하게 맞섰지만 곧바로 0-3으로 끌려갔다. 이후 자신의 서비스 게임은 한 차례 지켰지만, 더는 허점을 드러내지 않은 페더러를 공략하지 못해 2세트 1-6으로 승리를 내줬다.

세계랭킹 26인 정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다. 마스터스 1000시리즈는 1년에 9차례 열리며, 4대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랭킹 포인트가 높게 책정돼 '제5의 그랜드슬램'으로도 불린다. BNP 파리바오픈은 이번 시즌 첫 마스터스 1000 대회다.

8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180점을 획득한 정현은 다음 주 세계랭킹 23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페더러는 이번 시즌 개막 후 16연승으로 2006년 자신이 세운 최다 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페더러는 4강에서 보르나 초리치(크로아티아)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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