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이 9일 오후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회식을 열고 10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개회식에서 한국선수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이 9일 오후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회식을 열고 10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개회식에서 한국선수단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선수들이 설원과 빙판 위에서 펼치는 ‘겨울 동화’가 시작됐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9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지구촌 장애인들의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인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간 강원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얼어붙은 세상, 북소리가 깨우다

개회식은 의수의족 장애인인 신명진이 큰북을 두드리며 시작했다. 심장박동을 닮은 북소리가 얼어붙은 세상을 깨우고 전통춤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졌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엠블럼이 무대 중앙에 소개되며 평창을 찾은 각국 선수단에 환영 메시지를 전했다. 곧이어 장애인 스포츠 영웅 8인이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인간승리 드라마… 겨울 스포츠 축제 2막이 시작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한국 동계패럴럼픽 첫 은메달리스트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한상민과 아이스하키 대표팀 간판 정승환, 2010년 밴쿠버 대회 휠체어 컬링 은메달리스트 강미숙, 1998년 나가노 대회 ‘황연대 성취상’ 수상자 김미정, 2016년 리우 하계 대회 수영 3관왕 조기성, 홍석만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 2012년 런던 하계 대회 휠체어 펜싱 대표 김선미, 정영훈 보치아 국제심판 등이 그들이다. 이어 장애인 가수 황영택과 김혁건, 휠체어장애인만으로 구성된 휠체어 합창단이 애국가를 불렀다.

각국 선수단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명의 한글 자음 순서에 따라 그리스가 가장 먼저 입장했고, 북한은 인공기를 든 기수 김정현을 앞세워 일본에 이어 34번째로 들어왔다. 개최국 한국은 참가국 마지막 순서인 49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동계패럴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신의현이 기수를 맡아 선수단 맨 앞에서 행렬을 이끌었다.

남북은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때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에 공동입장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처음 참가한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는 나란히 행진하지 못했다. 전날 남북 국가장애인올림픽위원회(NPC) 간 협의에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할지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독도 표기를 주장했고, 한국은 IPC가 규정한 ‘정치적 표현 금지’ 등을 이유로 종전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를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서 결국 개별로 입장했다.

2018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장애·비장애 컬링 대표팀 주장인 서순석과 김은정이 점화한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사진 위) 김은정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서순석이 최종 점화를 위해 성화대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장애·비장애 컬링 대표팀 주장인 서순석과 김은정이 점화한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사진 위) 김은정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서순석이 최종 점화를 위해 성화대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장애인 소정이가 ‘순백의 땅’ 평창 소개

선수 입장에 이어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소정이가 ‘순백의 땅’ 평창으로 안내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롤러블레이드를 탄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가 등장해 소정이에게 귀마개를 씌워준 뒤 함께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소정이는 사방에서 뛰어나온 아이들과 장애인들의 꿈을 상징하는 ‘파라보트’를 완성하고 그들의 꿈을 노래했다.

이희범 평창동계패럴림픽 조직위원장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이 축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를 공식 선언한 뒤 선수·심판·코치의 대표 선서에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우러진 삶을 의미하는 ‘공존의 구(球)’ 공연이 열렸다.

개회식이 막바지로 가면서 지난 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8개의 불꽃이 하나로 합쳐져 8일간 2018㎞의 여정을 거친 성화가 도착했다.

성화 봉송의 첫 주자는 남북의 노르딕스키 선수 최보규와 마유철이었다. 한반도기 독도 표기 문제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못했지만 함께 성화봉을 맞잡고 행진하는 것으로 ‘평화 패럴림픽’의 의미를 새겼다.

개회식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의 주인공은 장애-비장애 컬링 대표팀의 ‘스킵’ 서순석과 김은정이었다. 이번 대회 메달을 노리는 휠체어 컬링 대표팀 주장인 서순석은 휠체어에 앉았고, 한 달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감동적인 은메달을 딴 여자컬링 대표팀 주장 김은정은 휠체어를 밀었다. 장애와 비장애가 하나로 어우러진 둘은 성화대에 불을 붙였고, 곧바로 아름다운 불꽃으로 타올랐다.

성화 점화 후에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가수 소향과 함께 패럴림픽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불러 개회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진석/박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