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반도기에 독도 표기 못 하는 것 수용 못해"
장애인체육회 "규정따라 기존 한반도기 변경 어려워"
패럴림픽 첫 남북 공동입장 막은 '독도 표기 딜레마'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기대됐던 패럴림픽 사상 첫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된 이유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 여부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나란히 공동입장하면서 한 달 후인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도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이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였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이어졌던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중단됐다.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국제대회 개회식 공동 행진도 중단된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 관계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명맥이 끊겼던 남북 공동입장이 평창에서 11년 만에 재개됐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남북녀(南男北女)의 공동기수 원윤종(봅슬레이)-황충금(여자아이스하키)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평화의 행진을 했고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패럴림픽 사상 첫 남북 공동입장은 한반도기에 독도 표기를 둘러싼 이견이 표출하면서 무산됐다.

남북 국가장애인올림픽위원회(NPC) 대표로 나선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과 북한의 김문철 대표단장은 8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벌였지만, 독도 표기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북측 김문철 단장은 "자국(한국) 개최 대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독도를 표기하지 못 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

우리의 국토를 표기하지 못하는 점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독도 표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반면 장애인체육회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입장을 인용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강력한 파트너십이 구축된 상태에서 올림픽에 이미 쓰인 (독도 없는) 한반도기를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섰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합의했던 '독도 없는 한반도기' 사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것이다.

당시에도 독도 표기 주장이 있었지만, IOC의 '정치적 표현 금지' 조항과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주도를 제외한 독도, 마라도, 미안도 등을 표기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이후 남북 공동입장에서는 독도 없는 한반도기가 '관례'가 됐다.

한 달 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IOC의 입장 등을 고려해 독도가 그려지지 않은 기존 한반도기를 사용했다.

당시에도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독도 표기를 주장했으나 공동입장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패럴림픽 첫 남북 공동입장 막은 '독도 표기 딜레마'
그러나 북한이 패럴림픽에서는 한반도기에 독도 표기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공동입장을 끝내 거부함에 따라 향후 국제대회에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