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부활 청신호는 스윙 스피드에 살아난 승부 근성
타이거 우즈(미국)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우즈는 26일(한국시간) 끝난 혼다 클래식에서 12위에 올랐다. 딱 2타가 모자라 톱10 입상 문턱에서 물러났다.

허리 부상에서 복귀한 지 세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다툴 만큼 기량이 회복된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순위를 떠나 혼다 클래식에서 드러난 경쟁력은 "목표는 오는 4월 마스터스(우승)"라는 우즈의 말이 공허한 큰소리가 아니라는 걸 시사했다.

무엇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최정상급 선수와 겨룰 수 있는 스윙 스피드가 눈에 띄었다.

혼다클래식 3라운드 때 측정한 우즈의 스윙 스피드는 128.2마일이었다.

골프채널 저스틴 레이 기자는 이는 이번 시즌 통틀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밝혔다.

그는 혼다클래식이 끝난 뒤 이번 시즌 평균 스윙 스피드 순위에서 우즈가 브랜던 해기, 키스 미철, 토니 피나우에 이어 네 번째라고 보도했다. 5위는 더스틴 존슨, 6위는 로리 매킬로이다.

우즈는 이런 빠른 스윙 스피드를 바탕으로 젊은 장타자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혼다 클래식 3라운드 10번홀에서 361야드의 장타를 뿜어내기도 했다.

우즈가 복귀할 때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몸 상태였다. 지난해 허리 수술을 네차례나 받은 우즈가 한때 걷지도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즈가 혼다 클래식에서 보인 빠른 스윙 스피드는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우즈의 스윙은 힘만 붙은 게 아니다.

정확도 역시 이제는 최정상급에 뒤지지 않아졌다는 걸 혼다 클래식에서 입증했다.

혼다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는 14차례나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다.

이날 보인 그린 적중률은 2015년 윈덤 챔피언십 3라운드 이후 우즈가 치른 어떤 라운드보다 높다. 2015년 윈덤 챔피언십은 우즈가 몸과 마음이 정상인 상태에서 치른 마지막 대회였다.

혼다 클래식 TV 중계방송 해설을 맡았던 닉 팔도(잉글랜드)는 아이언샷 홀 접근 거리에 주목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 홀과 평균 거리가 8.91m로 1위였다.

현역 시절 '스윙 머신'이라 불리며 마스터스와 디오픈을 각각 3번씩 우승해 귀족 작위까지 받은 팔도는 해설하는 동안 내내 이 통계를 강조했다.

이 기록은 우즈의 아이언샷이 날카로워졌다는 사실 이상을 시사한다.

단순히 그린에 볼을 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버디를 노리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우즈의 승부 근성이 되살아났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이런 승부 근성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즈는 혼다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에서 까다로운 홀 3개가 나란히 이어진 이른바 '베어트랩'(15∼17번홀)에서 발목이 잡혀 톱10 입상에 실패했다.

15번 홀(파3)에선 티샷을 물에 빠트려 더블보기를 했고 16번 홀(파4)에서는 8m 버디퍼트를 너무 강하게 쳤다가 3퍼트 보기를 적어냈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고 골프다이제스트는 분석했다. 15번 홀에서는 가능하면 홀에 가깝게 떨구려고 페이드를 건 티샷이 너무 빨리 오른쪽으로 돌아나간 탓이었다. 16번 홀에서도 버디를 노린 적극적인 퍼트였다. 한마디로 의욕이 넘친 데서 비롯된 실수였다.

골프다이제스트는 '베어트랩'에서의 의욕을 우즈를 '골프 황제'로 끌어올린 승부 근성이 되살아난 것으로 해석했다.

알렉스 마이어스 기자는 "최종 라운드 베어트랩에서 우즈의 플레이는 톱10 입상을 목표로 삼은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우승을 노렸다"고 썼다.

우즈의 다음 대회는 3월 16일부터 열리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유력하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전 감각을 조율하는 무대다.

혼다 클래식을 마친 우즈가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셜에서는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