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나이에도 4개 종목 출전해 혼신의 레이스
총 주행거리 3만7400m… '철인' 이승훈의 무한질주
3만7천400m.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대한항공)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달린 총 거리다.

물론 실제 경기에서 달린 거리만 따질 때 그렇고, 연습 시간에 달린 것까지 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 5,000m와 10,000m, 팀추월, 매스스타트 등 4개의 종목에 출전했다.

1,500m 출전권도 땄지만 후배 주형준(동두천시청)에게 양보했다.

5,000m와 10,000m는 한 번의 레이스로 끝나지만 400m 트랙을 8바퀴 도는 팀추월은 준준결승과 준결승, 결승까지 3번 레이스를 했고, 16바퀴를 도는 매스스타트도 준결승과 결승을 하루에 했다.

올림픽 기간 400m 트랙을 무려 93.5바퀴 돈 셈이니 그야말로 '철인'이 아닐 수 없다.

그냥 많이 달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잘 달렸다.

5,000m와 10,000m에서는 막판 스퍼트를 과시하며 5위와 4위를 했다.

중반까지 순위권에 들지 못하던 이승훈이 마지막에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총 주행거리 3만7400m… '철인' 이승훈의 무한질주
후배들을 이끌고 나선 팀추월에선 준준결승에서 전체 1위를 하더니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은 팀추월 결승에서 전체 8바퀴 레이스의 절반 이상을 자신이 맨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렸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메달권으로 점쳐지던 종목은 매스스타트와 팀추월이었다.

이승훈에게 밴쿠버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안긴 5,000m과 10,000m은 이번 대회에선 그의 주력 종목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이들 종목을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극도의 체력 손실이 따르는 10,000m의 경우 이어질 팀추월과 매스스타트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내가 포기하면 한국의 10,000m는 사라진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이승훈이 달린 3만7천400m는 한국 장거리 빙속으로 맨몸으로 이끄는 '맏형'의 책임감으로 달린 거리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