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망한 美봅슬레이 홀컴 선수 어머니, 평창서 아들 동료들 응원
아들 잃은 미국인 어머니의 눈물… "나 혼자 평창 왔네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만 바로 보고 맹훈련하던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해 5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파일럿'(썰매 조종수) 스티븐 홀컴(당시 37세)이 급성 폐울혈 증세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것이다.

홈컴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4인승),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동메달 2개(2인승·4인승)를 수확한 에이스로, 평창 대회에서도 미국 봅슬레이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큰 충격에 빠졌다.

24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는 3개의 미국 팀이 출전했다.

관중석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노년의 미국인 여성이 있었다.

홀컴의 어머니인 진 셰퍼다.

미국 매체 '솔트레이크 트리뷴' 홈페이지는 사망한 아들의 동료들을 응원하러 평창을 찾은 셰퍼와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셰퍼는 경기장의 열기에 잠깐 들뜨고 목청껏 미국 선수들을 응원하면서도 슬픔을 감출 수는 없다.

그는 "선수들이 트랙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 아들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마치 누가 내 얼굴을 세게 후려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들 잃은 미국인 어머니의 눈물… "나 혼자 평창 왔네요"
세상을 떠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미국 선수들은 홀컴을 잊지 않았다.

선수들은 홀컴의 별명인 'Night Train'(밤 기차)이라고 적힌 팔찌를 찬 채 이날 4인승 경기에 출전했다.

어머니 셰퍼는 평창의 한 호텔 로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들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난 강인한 사람이지만 좌절감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셰퍼는 매달 다른 운동선수의 눈(眼) 사진이 들어간 달력을 구해서 쓴다.

아들의 눈은 11월에 들어가 있다.

셰퍼는 "아들의 눈은 아주 뚜렷하게 구별된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달력 속 아들의 눈은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며 "달력을 보고 있으면 아들이 뭐든 나와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이 달력이 나한테 큰 힘을 준다"며 흐느꼈다.

그는 한국으로의 여행을 "달콤씁쓸"이라고 표현했다.

4년 전 소치올림픽이 열릴 때는 러시아의 불안한 치안 때문에 미국에 남아 TV를 시청하며 아들을 응원했다.

원래부터 평창에는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들이 평창올림픽에 불참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셰퍼는 "지금도 믿기 힘들다"면서도 "다른 미국 선수들한테 '너희를 응원하러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들에게 스티븐의 정신력과 에너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