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을 이룬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역사적인 첫 골을 장식한 퍽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아이스하키에서 소수 인종 선수들의 활약상을 다루는 ‘더 컬러 오브 하키’는 24일(한국시간) 이 퍽이 IIHF 명예의 전당이 위치한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단일팀은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1-4로 패했지만, 대회 3경기 만에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다.

0-2로 뒤진 2피리어드 9분 31초에 한국계 혼혈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이 미국 입양아 출신인 박윤정(영어명 마리사 브랜트)의 패스를 받아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했다. 명예의 전당 큐레이터인 필 프리처드는 이 퍽이 곧 ‘세계 하키관’에서 선을 보인 뒤 이후 ‘올림픽 역사관’에 영구적으로 전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첫 골의 주인공인 그리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듀크대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 중인 그리핀은 지난해 특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버드대 4학년이던 2009-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스틱을 내려놓은 그리핀은 2014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해외에서 뛰는 한국계 인재를 물색하던 협회가 그리핀의 중간 이름인 ‘희수’를 발견하고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당초 그리핀은 장난이라고 여기고 몇 달간은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그게 진짜라는 걸 알게 됐고, 한국으로 건너와 대표팀 미니 캠프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뛰게 됐다. 그리핀은 “내 이름이 명예의 전당에 등장한다니 지금도 믿을 수 없지만 정말 멋진 일”이라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올림픽에서, 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완벽한 결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놀랐다”며 “이 퍽이 한국을 응원하는 분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고, 우리 팀에도 귀중한 골이긴 했지만, 한국 바깥에서도 신경을 쓰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는 “명예의 전당을 꼭 방문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