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달 예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태윤 선수가 23일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 메달 예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태윤 선수가 23일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가 열린 2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마지막 18조 주자로 유력한 우승 후보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와 미카 푸탈라(핀란드)가 출발선에 섰다. 15조에서 1분8초22로 결승선을 통과해 2위에 오른 김태윤(24·서울시청)이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두 선수는 한 차례 부정 출발한 뒤 다시 달려나갔다. 역주 끝에 나위스가 1분7초95의 기록으로 1위로 통과했고 푸탈라는 이에 한참 뒤진 채 결승점을 지나갔다.

전광판에 1위 나위스, 2위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 3위 김태윤이라는 결과가 뜨자 김태윤은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이었다. 그는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뻐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비명에 가까운 함성과 박수로 ‘집념의 사나이’ 김태윤의 깜짝 동메달을 축하했다.

톱 랭커들 제치고 깜짝 동메달

이날 15조 아웃코스에서 뛴 김태윤은 200m 구간을 16초39의 빠른 기록으로 통과한 뒤 속도를 높이며 한 바퀴를 남기고 30명 가운데 중간 선두로 뛰어올랐다. 김태윤 이후로 경기를 남겨둔 6명의 선수는 모두 세계 랭킹이 김태윤에 앞서는 상위 랭커로 메달을 목에 걸 만한 실력을 지녔다. 하지만 나위스와 로렌첸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최고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태윤은 자신의 최고기록 1분8초8에 근접한 수치로 올 시즌 최고기록을 세웠다.

김태윤은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남자 1000m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의 김윤만(은메달), 2010년 밴쿠버올림픽 모태범(은메달)에 이어 세 번째다. 김태윤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1분10초81로 30위에 그쳤다. 두 번째 올림픽인 평창에서 김태윤은 기록과 등수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생애 첫 메달을 거머쥐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김태윤(오른쪽)이 간이 시상대에서 네덜란드 키얼트 나위스(가운데), 노르웨이 호바르 로렌첸(왼쪽)과 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김태윤(오른쪽)이 간이 시상대에서 네덜란드 키얼트 나위스(가운데), 노르웨이 호바르 로렌첸(왼쪽)과 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만 본다” 집념으로 메달 수확

김태윤은 2016년 세계 스프린트 대회에서 종합 5위를 하고 월드컵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제2의 모태범’으로 불렸다. 단거리 유망주로 주목받던 그는 2016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전성기에 찾아온 충격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태윤은 곧바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새로운 목표로 세우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올림픽이 열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얼음이 상대적으로 무르다고 판단한 김태윤은 빙질에 적응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 다리 힘으로 스케이팅하는 것보다 부드럽게 타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 날과 코너 주법도 바꿨다.

그는 “그동안 힘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코너를 돌 때 눌러 타는 느낌으로 주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갑자기 몸과 장비, 기술을 모두 바꾸다 보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는 “오늘 경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계속됐다”며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자고 결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오늘 몸 컨디션이 좋아 기대 이상의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1000m에 함께 출전한 500m 은메달리스트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1분9초27로 12위를 차지했다. 팀추월 은메달을 차지한 동생 정재원(17·동북고)과 나란히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정재웅(19·동북고)은 1분9초43의 기록으로 13위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 3명 모두가 선전했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평창에서 전 종목에서 ‘톱5’에 들었다. 단거리와 장거리를 막론하고 기대주와 간판선수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낸 덕분이다. 24일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빙속은 7개 전 종목 톱5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