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배지 달고도 올림픽 5연패 대업 위해 복귀…결승서 미국에 패배
캐나다 여자 하키 '심장' 아고스타 "후배들이여, 고개를 들라"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심장' 메건 아고스타(31)의 스틱을 떠난 퍽은 미국 골리의 왼쪽 정강이보호대를 맞고 흘러나왔다.

승리의 환호를 내지르며 벤치에서 달려 나오는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 아고스타는 허망한 표정으로 한동안 링크에 서 있었다.

올림픽 5연패에 도전한 캐나다는 22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슛아웃(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3개 대회에 연속 출전하며 자신은 금메달 3개를 목에 걸고 조국에는 올림픽 4연패를 선물한 아고스타는 캐나다 아이스하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대회 최다인 무려 15포인트(9골·6도움)를 올리며 캐나다의 우승을 맨 앞에서 이끌었고, 지난 소치 대회 때도 2골을 책임졌다.

소치 대회가 끝나자 아고스타는 아이스하키를 접고 경찰관의 꿈에 도전했다.

2006년부터 대학에서 형사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2014년 가을 밴쿠버 경찰이 돼 링크가 아닌 거리에서 범죄자들과 싸웠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의 올림픽 5연패에 위험신호가 감지됐다.

'유일한 라이벌' 미국이 세계선수권에서 4년 연속으로 결승에서 캐나다를 꺾고 우승을 독식했다.

그러자 아고스타는 1년 휴직계를 내고 다시 스틱을 잡았다.

캐나다 아이스하키계와 팬들은 전설의 복귀를 반겼다.

그렇게 시작된 복귀 무대의 마지막은 그에게 잔인했다.

아고스타는 역전골을 어시스트하고 슛아웃에서 3번째 슈터로 나서 멋들어지게 골을 넣었다.

그러나 6번째 슈터로 나서서는 골망을 가르지 못했고, 이게 승부를 갈랐다.

엉엉 울던 캐나다 선수들은 포디움 정상을 미국 선수들에게 내준 '굴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상식 도중 목에 건 은메달을 벗었다.

수비수 조슬린 라로크는 "그토록 열심히 준비했는데 원했던 금메달을 갖지 못했다.

너무 힘들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 모를 아고스타는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감싸 안았고, 또 독려했다.

아고스타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팀 후배들 하나하나가 자랑스럽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라면서 "아플수록 고개를 더 꼿꼿이 들어라. 자부심을 가져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