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김민석(왼쪽부터), 정재훈, 이승훈이 21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결승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김민석(왼쪽부터), 정재훈, 이승훈이 21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결승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훈(30·대한항공) 김민석(19·성남시청) 정재원(17·동북고)이 호흡을 맞춘 한국 남자 팀추월 대표팀이 내달린 21일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관중들의 우렁찬 함성으로 뒤덮였다. 경기 중반 노르웨이를 따라잡은 한국 대표팀은 이후 역전을 다시 허용했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뒷심을 발휘하도록 큰 함성으로 응원했지만 1초 이상으로 벌어진 거리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에서 3분38초52를 기록, 노르웨이(3분37초31)에 1초20 차로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2연속 올림픽 은메달이다.

대표팀 ‘맏형’ 이승훈은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총 4개째 메달을 확보,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아시아 선수 중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승훈은 이상화(금 2, 은 1), 고다이라 나오(금 1, 은 2), 시미즈 히로야스(은 2, 동 1), 다카기 미호(금 1, 은 1, 동 1·이상 일본), 예차오보(은 2, 동 1·중국) 등과 함께 나란히 3개(금 1, 은 2)의 메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번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메달 갯수를 4개로 늘렸다. 이승훈은 또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5000m 은메달과 1만m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소치 대회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평창에서 팀추월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승훈과 함께 달린 김민석은 1500m 동메달에 이어 팀추월 은메달 추가로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개인 메달을 2개로 늘리며 ‘제2의 이승훈’ 자리를 예약했다. 열일곱 살에 은메달리스트가 된 막내 정재원은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정재원은 먼저 스케이트를 시작한 형 정재웅(동북고)을 따라 초등학교 때 빙상에 입문했다. 단거리 대표인 형도 이번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다.

정재원은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으나 중학교 때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다쳐 재활에 오랜 시간을 보내는 등 길지 않은 선수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국가대표로 선발됐으나 합류하지 않고 개인 쇼트트랙 훈련을 하다가 이번 시즌부터 월드컵에 나섰다. 정재원은 이번 올림픽에서 이승훈, 김민석과 함께 팀추월 은메달을 합작해 한국 빙속 대표팀을 이끌 ‘젊은 피’로 떠올랐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도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승훈은 경기 직후 “목표는 금메달이었는데 조금 아쉽다”면서도 “아직 경기가 하나 더 남았으니 끝까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4일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정재원은 “부족한 부분을 형들이 채워줬다”며 “다음 올림픽에서는 제가 좀 더 형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승훈은 두 동생에게 “든든하게 뒤에서 잘 받쳐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는 대표팀을 이끌 든든한 후배들이 되리라 믿는다”고 다독였다.

이날 여자 팀추월에선 ‘다카기 자매’를 앞세운 일본이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다카기 미호, 사토 아야노, 다카기 나나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은 빙속 여자 팀추월 결승에서 2분53초89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네덜란드(2분55초48)를 제치고 우승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우승팀인 일본은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다카기 자매의 동생인 다카기 미호는 앞서 1500m 은메달과 1000m 동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팀추월에서 우승하며 금·은·동메달을 모두 수집했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