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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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의 희생과 막내의 끈기가 빚어낸 값진 은메달이었다.

이승훈·김민석·정재원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팀추월 결승에서 노르웨이에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지난 18일 열린 준준결승에서 3분39초29의 기록을 세워 전체 1위로 준결승에 오르면서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인 노르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뜨거운 팀워크를 보여준 값진 은메달이었다. 팀추월 종목은 3명씩 이뤄진 두 팀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 여덟 바퀴(여자는 여섯 바퀴)를 돌아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종목이다.

1, 2위로 통과한 선수들이 아무리 잘 달렸다고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세 번째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세 선수가 고른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경기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김보름, 박지우가 지난 19일 준준결승에서 노선영을 혼자 남겨둔 채 결승선을 통과하며 팀워크 분열 논란을 일으킨 것도 함께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팀추월 종목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게 중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달랐다. 이승훈은 전체 여덟 바퀴 중 절반에 해당하는 네 바퀴를 앞에서 달렸지만 대회 내내 "믿고 따라와주는 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맨 앞에서 달리는 선수는 공기저항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하다.

동생들도 끈기 있게 버티며 맏형 이승훈의 믿음에 보답했다. 막내 정재원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형들이 뒤에서 버텨주지 않았더라면 레이스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형들만 믿고 탔다"고 말했다.

이승훈도 "동생들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앞으로 저보다 더 잘 끌 수 있는 후배들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낸 김민석은 "관중들의 응원이 버티는 원동력이 됐다"며 "다음 올림픽에선 제가 베테랑이 돼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