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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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천재' 윤성빈(24·강원도청)은 이 종목에 입문한 2012년 이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라는 이름을 하루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이 스켈레톤이라는 종목을 잘 알지 못할 때부터 '황제'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윤성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약 2년 앞둔 시기 인터뷰에서는 두쿠르스가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데 대해 "어떻게 두쿠르스를 우사인 볼트와 비교할 수 있느냐. 두쿠르스가 더 위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은 윤성빈이었다.

윤성빈은 지난 15∼16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1∼4차 시기 합계 3분 20초 55를 기록, 전체 30명의 출전자 중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우상' 두쿠르스는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금메달을 딴 윤성빈은 눈물을 훔치며 환호하면서도 두쿠르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윤성빈 "내 우상 두쿠르스 망연자실한 모습 마음 아파"
윤성빈은 21일 오전 평창올림픽 MPC(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 많은 분이 축하해주셨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선수(두쿠르스) 때문에 그렇게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사실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그 선수도 하나의 메달은 땄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며 "내 우상인 선수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이어 "많은 분이 대기실까지 찾아와서 축하해주신 건 좋았지만, 나중에 (두쿠르스를) 따로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며 "그 선수는 워낙 대인이어서 이 상황을 즐기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성빈은 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7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0년 가까운 '두쿠르스 제국'을 무너뜨린 윤성빈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새로운 황제로 등극했다.

그는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에도 "두쿠르스는 여전히 내 우상"이라며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