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北체제에서 체육인 자유로울까"…WSJ "남북한을 초월한 우정"
남북우애 vs 전체주의…북한피겨 보는 미언론 두 시선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피겨 스케이팅 페어 렴대옥-김주식 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 매체들도 앞다퉈 이들을 소개했으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미세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어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각각 강릉발 기사에서 "북한 올림픽 대표선수 22명 중 유일하게 실력으로 출전한 선수들"이라고 이들을 동시에 주목했다.

NYT는 "그들(북한팀)의 메달 가능성은 제로다.

모두가 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성공의 척도는 메달 획득이 아니다"라며 "그들의 목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2개 팀 중 상위 16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를 놓고 한때 한국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북한 선수 개인은 환영받는 것으로 보이며 끝없는 호기심의 대상인 렴대옥-김주식은 누구보다도 환영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우애 vs 전체주의…북한피겨 보는 미언론 두 시선
신문은 빨간색 울코트 차림에 늘 미소 짓는 렴대옥은 평창 도착 직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며 "일각에서는 개막식에 참석해 공식 석상에서 한마디 안 하고도 한국 언론을 매료시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과 비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나 "북한은 아마 피겨 대표팀의 경기 실적을 이용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관심받는지 과시하는 데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의 발언을 전하면서 북한 피겨팀이 체제 선전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신문은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 선수들을 볼 때 빠져들 수 있는 복잡한 인식의 문제도 소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서 활동하는 동아시아 전문가인 존 닐슨-라이트는 "어떤 면에서 볼 때, 렴대옥과 김주식이 개인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성취를 한다는 게 개인이 아무 역할이나 영향력이 없는 최고 집산주의 국가라는 북한의 이미지와 불편하게 공존한다"고 말했다.

닐슨-라이트는 "우리 중 많은 이들이 북한을 볼 때 많이 씨름하는 문제는 체육인 한 명이 이런 집산주의 환경에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개인으로서 자신을 표현할 자기결정권, 자유, 기회를 갖고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우애 vs 전체주의…북한피겨 보는 미언론 두 시선
반면 WSJ은 북한 피겨 페어를 다루는 기사에서 강릉 은반에서 세계로 전파되는 남북한 해빙무드의 일면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WSJ는 "김규은-감강찬 팀이 북한팀과 셀카를 찍고 생일 선물을 주는 등 남다른 우정을 맺었다"며 남북 양팀의 친분이 돈독해진 계기를 소개했다.

이달 초 렴대옥이 김규은 선수에게서 생일 선물로 화장품을 받았고 이에 대해 렴 선수가 '마음에 든다'며 고마워했다는 사연도 전했다.

WSJ은 남북 대표팀 모두 캐나다의 브루노 마콧 코치의 지도를 받았으며 렴대옥과 김주식이 북한 선수로는 드물게 지난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8주가량의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한국 대표팀과 친분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렴대옥과 김주식이 전날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훈련 때 이례적으로 관중석을 메운 남한 관중 수백명으로부터 관심과 갈채를 받았다는 풍경도 소개했다.
남북우애 vs 전체주의…북한피겨 보는 미언론 두 시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