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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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돌아왔다.

미국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가 올림픽 왕좌를 되찾았다.

화이트는 1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7.75점으로 개인 통산 3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4년전 소치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기억에서 지우는 통쾌한 승리였다.

화이트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소치에서는 4위에 그쳐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했다.

다른 선수가 잘해서 금메달을 가져갔다기보다, 화이트가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해서 메달을 놓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치에서 경기를 망친 이후 평창에 오기까지 화이트가 보여준 집념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정도다.

어느새 30대가 된 화이트는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10대 어린 선수들에게 밀려 이번 대회 출전조차도 불투명했다.

스노보드는 위험을 더 잘 감수하는 '겁 없는' 어린 선수들이 유리한 종목으로 꼽힌다.

이 와중인 지난해 11월에는 연습 도중 넘어져 얼굴과 폐를 크게 다치기도 했다.

당시 얼굴에 62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그러나 평창에서 왕좌를 되찾겠다는 화이트의 의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화이트는 4차례 미국 대표 선발전 가운데 2차 선발전까지 4위에 머물러 '국가대표 탈락 위기설'까지 대두되고 있었다.

그러나 1월 3차 선발전에서 '역전 홈런'을 날렸다.

더블 맥트위스트 1260, 더블 콕 1440 등 고난도 기술을 연달아 성공하며 개인 통산 2번째 100점 만점을 받고 평창행을 확정했다.
집념의 스노보드 황제 화이트, 왕좌를 되찾다
전날 평창올림픽 예선에도 그의 집념이 돋보였다.

그는 1차 시기에 홀로 90점 이상을 기록했는데, 2차 시기에는 자신보다 앞서서 뛴 선수들이 연달아 90점을 넘자 "가슴에 불이 붙었다"며 1천260도 회전(더블 맥 트위스트) 등을 선보이고 최대 5.7m 높이로 날아올라 예선 1위 자리를 꿰찼다.

화이트는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스노보드를 올림픽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압도적인 실력뿐 아니라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마치 록스타처럼 많은 팬을 끌어모은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플라잉 토마토(Flying Tomato)'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