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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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 스노보더 클로이 김(18·미국)이 ‘스노우 퀸’에 등극했다.

13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98.25점을 받아 11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하프 파이프 종목에서 최연소(17세10개월)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열린 예선에서 95.50의 압도적 점수로 1위를 차지했던 그는 결승에서도 유일하게 90점대를 밟아 스노보더 지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예선전부터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던 중국의 류자위가 89.75점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미국의 아리엘 골드가 차지했다.

클로이 김은 자신의 ‘필살기’인 1080도 회전을 이날 완벽하게 성공시켜 관람객들을 환호케 했다.

2차 런에서 선수들은 자주 넘어졌다. 클로이 김이 워낙 높은 점수로 기준을 높여놔 이를 넘어서기 위해 무리한 기술 시도가 많았던 탓이다. 1080도를 안정적으로 구사한 선수는 없었다. 클로이 김에 뒤져있던 11명의 선수들은 2차 런에서도 클로이 김의 1차전 점수 93.75는 물론 90점도 넘지 못했다. 3차전 역시 마찬가지. 누구도 클로이 김의 영역을 위협하지 못했다.

반면 클로이는 금메달을 예감한 듯 새털처럼 가벼웠다. 연습 훈련을 하듯 하프파이프를 좌우로 유려하게 날아올라 720도,900도,1080도 회전 연기를 가뿐하게 성공시켰다. 다른 선수들은 2m안팎의 에어(공중으로 솟구치는 연기) 높이를 보였지만 클로이 김은 3~5m의 ‘고공 플레이’로 고난도 묘기를 소화해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2차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클로이 김은 3차전에서 팬서비스의 갈라쇼를 선보였다. 처음으로 10-10(1080도를 두 번 연속으로 회전)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부모님의 나라에서 첫 메달을 따냈다.

클로이 김은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이다. 평창올림픽이 첫 올림픽 출전인 그는 진작부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의 우승 영순위로 꼽혔다. ‘클래스’가 다른 실력 때문이다. 그는 6세 때 성인 스노보드 무대에서 우승한 스노보드 천재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은 2000년 4월23일생으로 아직 만 18세가 되지 않은 10대다. 네 살 때 아버지(김종진)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여섯 살 때 미국스노보드연합회가 주최한 내셔널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냈다. 2015년 동계 엑스게임에서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15세)을 세웠고, 2016년 릴레함메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스노보드 여제’의 탄생을 알렸다. 그해 열린 US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백투백1080(연속 3회전 점프 기술)’을 성공시켜 100점 만점을 받았다.

한국 대표료 유일하게 하프파이프에 출전했던 권선우(19) 는 앞서 12일 열린 예선 1차전에서 20위, 예선 2차전에서 18위를 차지하며 12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