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강릉 일대 음악·전시·공연·미디어아트 등 문화행사 즐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평창에 올림픽 개막하고 처음 눈이 살짝 내렸다.

13일 조금 이른 아침 TM26 셔틀버스에서 내려 취재부스로 걸어 올라오는데, 한 남자가 '총알맨들(Bullet Men)'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외국 기자 같았다.

요즘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겁게 화제가 되는 작품이란 걸 알았을까.

짧은 인사 후 다짜고짜 "이 조각상 어떤 것 같으냐"고 묻자, "스페셜(special)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풍경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

잠시 뒤 또 다른 외국인이 다가와 또 사진을 찍었다.

다시 의견을 묻자 "엣지(edge) 있고 아주 사실적(realistic)"이라고 답했다.

내친김에 "좋으냐, 나쁘냐"고 우매한 질문을 던졌더니, 웃으며 "예술(art)이지 않으냐. 예술엔 좋고 나쁜 게 없다"는 현답을 돌려줬다.

'총알맨들'은 평창 알펜시아의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메인프레스센터(MPC)로 가는 길목에 있다.

고대 그리스 조각상 같은 몸매의 남자 셋이 총알 모양의 큰 투구로 얼굴을 가린 채 나체로 나란히 서 있는데, 단번에 시선을 빼앗길 만큼 인상이 강렬하다.
인면조·총알맨들이 되살려낸 문화올림픽
일본 스포츠 매체인 도쿄스포츠가 지난 7일 자로 '총알맨들'을 다뤘는데, 취재기자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물어봤더니 한결같이 모르겠다고 해서, 현재 일본 인터넷에선 '모루겟소요'(モルゲッソヨ)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포털에서도 주요 검색어로 떴다.

'총알맨들'은 조각가 김지현(50)이 2013년 평창비엔날레에 출품하면서 지금 자리에 설치한 작품을 강원문화재단이 사들인 것으로 욕망의 허상을 형상했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뜻밖에 화제가 되는 것 중에는 개회식 때 등장한 '인면조(人面鳥)'도 있다.

인간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한 인면조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상서로운 새로, 임충일 미술감독이 고대의 원형적 평화를 형상화하는 장치로 살려냈다.

TV로 인면조를 지켜본 사람들은 "기괴하다", "신비롭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면조·총알맨들이 되살려낸 문화올림픽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당초 이번 올림픽을 세계인의 기억에 남을 '문화올림픽'을 치르겠다며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준비해왔지만, 개막이 임박해 북한 관련 행사와 이슈들이 쏟아지면서 '문화올림픽'은 다소 묻힌 느낌이었다.

'총알맨'과 '인면조'에 쏠린 대중적 관심은 '평화올림픽'과 함께 이번 올림픽을 떠받치는 또 다른 기둥이 될 '문화올림픽'을 흥미롭게 되살려 내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인면조·총알맨들이 되살려낸 문화올림픽
평창, 강릉 등 강원도 일대는 대회 기간 내내 문화올림픽의 무대가 된다.

'날마다 문화가 있고 축제가 있는 문화올림픽'을 모토로 매일 매일을 음악, 전시, 문학, 공연, 조형미술, 미디어아트 등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로 빈틈없이 채울 계획이다.

특히 올림픽스타디움(개·폐회식장)이 있는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선 매일 저녁 메달 시상식과 함께 문화공연, K팝 공연, 드론쇼,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경기티켓이 없어도 2천원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