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이 12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이 12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500m 경기를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마음이 이제 후련합니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요.”

2년 전 세상을 떠난 동생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던 노선영(29)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역주한 뒤 이같이 말했다. 노선영은 12일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를 기록해 14위에 올랐다. 공인 개인 최고기록(1분56초0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총 네 차례 출전한 자신의 올림픽 기록 중에선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냈고, 최선을 다했다”며 “부담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노선영은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일원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팀추월에 나서려면 개인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착오 때문에 출전이 무산될 뻔했다.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남자 쇼트트랙 대표 노진규의 친누나인 노선영은 ‘동생을 대신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겠다’며 각오를 다져왔기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 2명의 출전이 불발되면서 예비 2순위이던 노선영이 출전권을 승계해 극적인 평창행이 이뤄졌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가장 힘들었던 때”라며 “누구의 도움도 아니고 스스로 얻은 기회였는데, 주위의 시선 때문에 4년간 노력해온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지막 올림픽을 그렇게 끝내기 싫어 출전을 결정했다”고 했다.

노선영은 ‘동생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희미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전까지는 동생 생각이 많이 났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고 나선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