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때 1998년 나가노 남자 최연소로 출전…6번 출전은 이규혁·최서우와 타이
[올림픽] 한국인 최다 6번째 출전 스키점프 김현기 "내 평생이 올림픽"
"평생 이것만 하고 살았으니까요, 다른 것 없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키점프에 출전하는 김현기(35·하이원)는 이번이 6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할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4세였다.

5일 강원도 평창 선수촌에서 만난 김현기는 "그 대회에 출전한 남자 선수 최연소가 바로 저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를 거쳐 올해 평창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올림픽 6회 출전은 한국 선수 가운데 동·하계를 통틀어 빙상 이규혁이 2014년 소치 대회에서 가장 먼저 달성했고, 이번 대회에서 김현기와 스키점프 동료 최서우(36)가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림픽에 처음 나갔을 때 10대 초반이던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김현기는 "선수 생활하면서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기회를 잡아 영광스럽다"며 "또 횡계는 제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 뜻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스키 점프의 도시'에서만 자랐다.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 인근 횡계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89년 전북 무주로 이사했다.

1991년 국내 최초의 스키점프대가 생긴 무주에서 처음 스키점프와 인연을 맺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횡계로 돌아와 지내고 있다.

김현기는 "아버지가 용평리조트에 근무하셨는데 그때 무주리조트로 전근을 가시면서 이사를 했다"고 소개하며 "이번 대회 선수촌이 예전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인 용평리조트가 숙소인 점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웃었다.
[올림픽] 한국인 최다 6번째 출전 스키점프 김현기 "내 평생이 올림픽"
외국에서 열린 올림픽에만 출전하다가 국내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게 됐지만 훈련 과정은 더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2016년에는 스키점프대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서 국내에서 연습을 거의 못했다"며 "올해도 올림픽 준비 때문에 국내에서는 훈련이 어려워 일본에서 연습하다가 5일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출전했던 올림픽 가운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현기는 "1998년 나가노에서 단체전 꼴찌를 했는데 2002년에는 8위를 했다"며 "스키점프 강국 노르웨이가 9위여서 더 기뻤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촌 식당에서 노르웨이 선수들이 직접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왔을 때는 더 감회가 새로웠다는 것이다.

키 176㎝에 몸무게 62㎏을 유지하는 그는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스키점프는 키는 클수록 유리하고, 몸무게는 가벼울수록 좋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스키점프의 스키는 선수 키에 비례해 길이를 늘일 수 있어 스키 길이가 길면 그만큼 멀리 날 수 있고, 반대로 몸무게는 가벼워야 저항을 덜 받는다.

김현기는 "어릴 때는 먹는 것을 조절하면서 잘 버텼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들어진다"며 "스키점프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뇌리에 몸무게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 한국인 최다 6번째 출전 스키점프 김현기 "내 평생이 올림픽"
이번 대회 목표는 결선 진출이다.

그는 "사실 단체전에 5위 이내 입상도 바라볼 정도로 기대가 컸는데 나가지 못하게 됐다"며 "개인전은 역대 최고 성적인 2010년 밴쿠버 대회 31위를 넘어 결선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에 대해 김현기는 "외국 선수들도 다들 어렵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코스"라며 "특히 바람에 따라 경기력 차이가 크게 나는 곳이라 운도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누가 우승할지 예상이 어렵고, 실수하는 선수가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영화 '국가대표'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우리나라 스키점프는 김현기, 최서우 등 30대 중반 선수들이 20년 가까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김현기는 "주위에서 '나이 많은데 왜 계속 버티느냐'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저희를 넘어서는 후배가 나오면 정말 웃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은퇴할 것 같다"며 "올림픽이 시작된 만큼 지금은 앞으로 계획보다 올림픽에만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1998년 나가노에서 남자 최연소 선수를 했으니 앞으로 최고령 선수도 한 번 돼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김현기는 "어릴 때는 정말 그런 꿈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 일본 남자 스키점프에 출전하는 46세 가사이 노리아키를 예로 들며 '아직 35세면 많은 나이도 아니다'라고 하자 그는 "2022년에도 나가 볼까요"라고 되물었다.

김현기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나가면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7회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림픽] 한국인 최다 6번째 출전 스키점프 김현기 "내 평생이 올림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