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통역하며 팀워크 다지는 단일팀
남북한이 스포츠 경기에서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가 세 번째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한 팀으로 뛰었다.

그때마다 애를 먹은 게 서로 다른 스포츠 용어였다. 1960년대부터 외래어 대신 고유말을 만들어 써온 북한과 스포츠 용어를 원어 가깝게 받아들인 남한의 용어가 완전히 달라서다.

축구만 해도 ‘문지기’로 불리는 골키퍼나 ‘구석차기(코너킥)’ 정도는 웬만큼 알아들을 만하다. 하지만 ‘손다치기(핸들링)’ ‘가운데몰이꾼(센터포워드)’ 등에 이르면 알쏭달쏭해진다. 탁구의 경우 ‘마구잡기(셰이크핸드그립)’ ‘외로치기(백핸드)’ 등은 통역이 필요할 정도다.

외국에서 유래한 아이스하키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하키를 러시아식으로 ‘빙상 호께이(하키)’로 부르는 북한은 퍽(puck)과 스케이트(skate) 정도만 영어 그대로 쓰고 슛은 ‘쳐넣기’, 패스는 ‘연락’, 리바운드는 ‘돌입쳐넣기’ 등의 고유어를 사용한다. 이런 데다 영어를 쓰는 새러 머리 단일팀 감독(캐나다)이 가세하면서 선수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3개국어가 오가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지난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치른 단일팀 내 언어소통 문제는 “걱정 없어요!”로 요약됐다. 세 번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노하우가 축적되고 언어 차이 문제에 팀 스태프가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우선 남북한 출신 선수와 해외동포 선수(4명) 등을 모두 고려해 ‘3중 순차통역’을 도입했다. 머리 감독(사진 오른쪽)이 전략 지시를 하거나 선수 교체를 할 경우 영어를 남한 말과 북한 말로 두 번 통역해주는 방식이다. 김도윤 코치는 남북한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남북의 아이스하키 용어 70여 개를 정리해 통일 용어집을 만들었다. 동포 선수 4명을 위해 북한 발음을 영어로도 표기했다. 김 코치는 “시간이 걸릴 뿐 전략 이해나 의사소통으로 인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오는 10일 오후 9시10분 스위스(세계 6위)와 올림픽 1차전을 치른 뒤 12일엔 평가전 상대였던 스웨덴(세계 5위)과 2차전을, 14일 오후 3시30분 일본(세계 9위)과 3차전을 치른다. 모두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업으로 상대해야 할 강팀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