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 9일 앞둔 기자회견서 세계랭킹 1위의 여유 보여
[올림픽]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 "올림픽이요? 그냥 평소랑 똑같아요"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24)은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 못지않게 배짱이 큰 장점이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앞둔 선수들은 어마어마한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인생을 바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많은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는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이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9일 앞둔 윤성빈은 평소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1, 2년 전보다 더 여유가 넘쳤다.

윤성빈은 31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사실 올림픽이 다가왔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든다"며 "그냥 월드컵 한 번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느낌은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다.

이런 여유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

자신의 우상이던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가 10년 가까이 쌓아올린 제국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윤성빈은 올 시즌 7번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유럽, 북미를 가리지 않고 승전보를 전해온 윤성빈이 평창에서 '홈 이점'까지 살리면 무난히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윤성빈은 "7차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와 훈련하면서 얼음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며 "현재는 완전히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윤성빈은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윤성빈이 걸음마 단계일 때 두쿠르스는 이미 세계 스켈레톤계를 휩쓸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둔 시즌에 대회 개최국 선수한테 '왕좌'를 빼앗긴 상태다.

윤성빈은 과거 언론과 인터뷰할 때면 어김없이 두쿠르스의 이름을 언급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두쿠르스와 관련한 질문에 "경계해야 할 대상이 한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물음이 계속되자 윤성빈은 "북미에서는 두쿠르스를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유럽에서도 우위에 있었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 "올림픽이요? 그냥 평소랑 똑같아요"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은 두쿠르스라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기에 윤성빈이 폭풍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감독은 "두쿠르스가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선수의 주행을 분석하고 배운 결과 윤성빈이 지금 같은 세계 최정상의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윤성빈이 두쿠르스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본다"면서도 "윤성빈이 '내가 이겼다'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두쿠르스가 타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