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목표는 8개다.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최소 5개, 많으면 6개의 금메달을 따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에는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에서 금메달을 노릴 정도로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이다. 이 종목을 한국의 ‘메달밭’으로 만든 데는 스포츠 과학도 한몫했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스케이트와 유니폼에는 누구보다 민첩하게 트랙을 달릴 수 있는 기술이 집약돼 있다. 쇼트트랙은 112.12m의 트랙 주로 중 48%인 53.81m가 곡선주로다. 곡선구간을 진입하기 전과 빠져나온 뒤에도 곡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 주행 대부분이 곡선주로로 이뤄져 있다고 보면 된다.
안쪽으로 살짝 휘어진 스케이트 날… 곡선 경주 '최종 병기'
쇼트트랙 스케이트 날은 이런 곡선 주행에 최적화돼 있다. 양발의 스케이트 날은 곡선 주행에서 원심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중심에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몸을 기울여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곡선주로 방향과 같은 왼쪽으로 날을 휘게 만든다. 자신의 주법에 따라 스케이트 날의 각도를 조절하는 ‘벤딩’ 작업이 베테랑 선수들의 노하우다.

평균 시속 45㎞ 이상의 빠른 속도로 곡선주로를 달리기 위해 선수들은 빙판과 몸의 각도를 거의 30도에 이를 정도로 낮춘다. 이때 곡선의 중심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이 발생한다. 선수들은 빙판을 왼손으로 짚는데 문제는 손을 짚으면 마찰 때문에 속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개구리 장갑’이다. 손가락 부위에 발수제의 일종인 에폭시를 발랐다. 에폭시 수지는 딱딱하고 마찰력도 없다. 이를 처음 적용한 한국은 1988년 캘거리올림픽부터 쇼트트랙 정상을 휩쓸었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도 과학이 숨겨져 있다. 과거엔 몸에 달라붙는 유니폼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미세한 돌기와 홈이 있다. 이 돌기와 홈이 선수의 몸에 부딪히는 공기를 흐트러지게 만들어 저항을 줄인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을 굽히고 스케이팅을 하는 선수들의 몸에 맞춰 유니폼 자체도 ‘ㄱ’자로 굽어 있다. 또 허벅지 안쪽에는 마찰을 막는 특수 소재 안감이 부착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기록 향상과 안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탄 소재로 유니폼을 개량했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 연구위원은 “110m 트랙에서 코너링을 자주 하는 쇼트트랙은 원심력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경기복의 안전성과 함께 활동성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