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행 준비하다가 25일에 '올림픽 출전 불가' 날벼락
여자 선수 세 명 중 혼자 탈락 '그래도 후배 선수들 원망 안 해요'
올림픽 출전 좌절 김서현 "여성 최초로 슈퍼대회전 나가고 싶었는데"

여자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선수 세 명은 2월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추운 설원에서도 구슬땀을 흘려왔다.

세계 수준과는 격차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힘든 훈련 과정도 이겨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온 25일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국제스키연맹(FIS)이 한국시간으로 22일 밤늦게 우리나라에 알파인 출전 쿼터를 남자 2, 여자 2장만 배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스키협회는 당초 우리나라에 더 많은 출전 쿼터가 배정될 것으로 기대했다가 남녀 2장씩만 받게 되자 결국 올림픽을 대비해 훈련하던 알파인 대표 9명 가운데 4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부여했다.

여자 선수 3명 가운데 강영서(21·한국체대), 김소희(22·단국대)가 올림픽에 나가게 된 반면 김서현(27·대전스키협회)은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 알파인 올림픽 대표 선발 과정에서는 탈락한 선수들에 대한 통보가 너무 늦었고, 선발 기준도 불분명했다는 이유로 선수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24일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까지 참석했다가 25일에 '올림픽 출전 불가'로 분류된 남자 국가대표 경성현(28)에 대해서는 소속팀 홍천군청이 '팀 해체'까지 거론하며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여자 쪽에도 잡음이 없지 않다.

남자는 기술(회전·대회전)과 속도(활강·슈퍼대회전)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술과 속도에 한 장씩 출전 쿼터를 나눠준 반면 여자는 기술 선수만 2명 선발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여자 속도 선수인 김서현이 망연자실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김서현은 27일 "제가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포인트를 따왔고, 또 올림픽 스피드 종목에 처음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그런데 협회에서 제 기술 점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런 결정을 했다"고 아쉬워했다.
올림픽 출전 좌절 김서현 "여성 최초로 슈퍼대회전 나가고 싶었는데"

하지만 김서현은 27일에도 여전히 훈련 코스에 있었다.

그는 "저도 화가 나니까 집에 가버릴 수도 있다"며 "그래도 일단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훈련밖에 없고, 또 제 기본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훈련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함께하다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5명 가운데 3명은 훈련을 중단했고, 남은 한 명은 숙소에는 남아 있지만 정신적인 충격 등으로 인해 훈련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남자 대표팀에서 스피드 대표로 발탁된 김동우에 대해서도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표팀 분위기가 불편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20대 후반인 김서현은 "스키는 노련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지금 월드컵에서도 잘 타고 있다"며 "저 역시 스키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으니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제힘으로 할 수 있는 포인트 획득까지 다 했는데 제힘으로 할 수 없는 올림픽 대표 선발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한 번 더 해도 또 다른 힘에 의해서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자신이 탈락한 것이 올림픽에 나가게 된 김소희, 강영서 등 동료 선수들 때문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그는 "제가 가장 언니고, 서로 다 힘들게 노력한 것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그 선수들을 원망하겠느냐"며 "지금도 가장 원하는 것은 저에게 출전 기회가 오는 것이지만 만일 그게 끝까지 안된다고 하면 가서 후배들 경기를 응원하는 것이 고참 선수로서 할 도리일 것 같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김서현은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협회에서 FIS에 명단을 제출하는 날짜가 28일이라고 들었다"며 "한국 여자 선수 처음으로 스피드 종목에 나간다는 의미를 좀 더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마지막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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