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 12명 기량 체크하기에 시간 촉박…조직력 걱정"
아이스하키계 "감독에게 정치적 부담 안 줬으면…"
국내 아이스하키계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총 엔트리가 35명으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에서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되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는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우리 선수 23명을 합쳐 남북단일팀 엔트리는 35명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게임 엔트리는 다른 참가국과 마찬가지로 22명이다.

IOC는 "한국이 경기당 최소 3명의 북한 선수를 기용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을 마치고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 중인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월 4일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뒤 다음 날인 5일 올림픽 선수촌에 입소한다.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첫 경기는 2월 10일 열리는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팀의 한 관계자는 IOC의 발표 직후 연합뉴스 통화에서 "스웨덴과 평가전까지 남은 시간이 2주, 스위스와 올림픽 첫 경기까지는 딱 20일 남았다"며 "내려올 북한 선수들에 대해 사전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이 짧은 시간 동안 12명의 기량을 체크하라는 말인데, 이건 기술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새러 머리 감독에게는 우리 선수들 기량과 컨디션을 파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며 "우리 선수들 체크하기에도 바쁜데, 북한 선수들까지 챙기라는 것은 감독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지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선수가 2∼3명 정도가 아니라 12명까지 들어오면 팀 조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발표된 우리 대표팀 올림픽 엔트리에서 이민지가 탈락했는데, 감독은 물론 선수들 모두 이민지에게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며 "한 명이 빠져도 분위기가 이런데, 우리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위협할 선수가 12명으로 늘어났다고 생각해보라. 팀워크에는 커다란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말하는 대로 우리 대표팀(세계 랭킹 22위)은 조별리그에서 맞붙는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9위)과 비교해 전력이 처진다.

안 그래도 실력이 부족한데, 더 못하게 생겼다"고 탄식했다.
아이스하키계 "감독에게 정치적 부담 안 줬으면…"
하지만 남북단일팀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제는 남북단일팀과 관련한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는 우리 대표팀이 그동안 준비했던 경기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후회 없이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대표팀 관계자는 "힘든 상황에서 4년 동안 고생하며 훈련해온 우리 선수들이 차분하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북한 선수가 있는 게 전력에 도움이 된다거나 우리 선수도 바라고 있다는 식의 우리 선수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정치권에서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머리 감독에게도 어떤 선수를 골라서 경기에 내보낼지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며 "감독에게 북한 선수 출전 여부로 정치적인 부담을 안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일단 "보도를 보고 알았을 뿐, 남북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침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협회는 "올림픽 첫 경기까지 2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 모두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