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연합뉴스에 "열린 방식으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고려"
출전권 포기한 피겨 페어 렴대옥-김주식, 와일드카드로 우선 구제될 듯
쇼트트랙·노르딕 스키 등도 참가 가능성…경비 지원 규모도 관심사
IOC, 북한과 평창올림픽 참가 협의에서 어떤 지원할까
북한이 다음주 스위스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과 만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으로 확인되면서 IOC가 과연 어떤 선물을 북한에 안겨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가 IOC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장웅 북한 IOC 위원은 내주 초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IOC 핵심 관계자들을 만난 뒤 15일 북한으로 귀국하는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장 위원은 6일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뒤 엿새 사이 북한의 평창행은 급물살을 탔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의를 5일 수락했고, 양측은 대표단을 꾸려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년 만에 남북 당국회담을 재개한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여러 의제 중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안건이 우선순위로 다뤄질 참이다.

장웅 IOC 위원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IOC와의 협상을 거쳐 평창동계올림픽에 파견할 선수단의 규모와 출전 종목 등을 사전 조율할 예정이다.

IOC는 장 위원의 스위스 방문에 관한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한국 정부, 그리고 북한올림픽위원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열린 방식으로 고려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구체적인 협상 의제는 장 위원이 로잔에 도착해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난 뒤에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IOC, 북한과 평창올림픽 참가 협의에서 어떤 지원할까
IOC가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그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누누이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 대화가 교착 상태에 놓인 뒤 IOC는 그간 대한체육회, 평창조직위를 대신해 대북 체육 협상 단일 창구 노릇을 해왔다.

북한의 거듭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몇몇 나라가 선수단 안전을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보일 때도 IOC는 북한의 참가를 계속 설득하겠다면서 평창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동계올림픽을 여는 플랜 B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북한 선수들이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IOC는 또 작년 10월엔 북한올림픽위원회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를 원한다면 장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올림픽 솔리더리티'(Olympic Solidarity)로 지급할 것이라며 경비 지원 의사도 밝혔다.

올림픽 솔리더리티는 IOC가 올림픽 중계권 수익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올림픽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선수 육성 등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 대표단에 직접 재정 지원을 하면 대북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큰 상황이라 IOC의 지원은 남북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5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존중하는 선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해당 국제경기연맹(IF)과 북한 선수들의 참가 경비 지불 논의를 모두 마쳤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염두에 두고 IOC가 이미 IF와 대비책을 마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IOC가 평창에 올 종목별 북한 선수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결정했음을 알려준다.

IOC가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지 못한 북한 선수들을 평창에 보내려면 IF와 협의로 특별출전자격(와일드카드) 대상을 결정한다.

장웅 위원의 전망처럼 북한 선수 중 유일하게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고도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참가 의사를 통보하지 않아 출전권을 일본에 넘긴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저가 가장 먼저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쇼트트랙, 스키 노르딕 등 여타 종목에서도 와일드카드를 얻는 북한 선수가 나올지가 관심사다.

북한의 평창행 열쇠를 쥔 IOC가 선물 보따리를 얼마나 풀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