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사나이’ 김시우(23·CJ대한통운)의 출발이 좋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새해 첫 대회 첫날 예사롭지 않은 샷감을 발휘하며 공동 4위로 문을 열었다. 통산 3승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시우는 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745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총상금 630만달러)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9타를 쳤다. 선두 마크 리시먼(호주)에 2타 뒤진 공동 4위다. 5언더파를 친 브라이언 하먼(미국)과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가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지난 시즌 챔피언 중에서만 34명을 초청해 치르는 ‘왕중왕전’이다. 140여 명이 출전하는 일반 대회와 달리 경쟁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면면이 일단 남다르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 2위 조던 스피스, 3위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4위 존 람(스페인), 5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7위 리키 파울러(미국)가 출전했다. 세계랭킹 ‘빅7’ 중 저스틴 로즈(6위·영국)만이 출전하지 않았다. 존슨과 파울러는 김시우와 같은 4언더파를 쳤다.

무엇보다 버디를 쉽게 잡아냈다는 게 고무적이다. 지난해 썼던 집게 그립을 일반 그립으로 바꿔 ‘퍼트감이 떨어진 방증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퍼트감은 지난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때만큼 안정적이었다. 2번홀(파3)과 5번홀(파5)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고, 16번홀(파5) 17번홀(파4) 18번홀(파4)에서는 세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강렬하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10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는 2~3m 안팎의 짧은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지나쳐 아쉬움을 남겼다.

퍼팅뿐만 아니라 아이언도 날카로웠다. 아이언 샷 정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그린 적중률은 88.9%를 기록해 출전 선수 34명 중 1위에 올랐다.

김시우는 2016년 윈덤챔피언십 챔피언 자격으로 지난해 이 대회에 초청받아 30위를 차지했다. 첫날부터 3오버파를 치는 등 흔들리다 결국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우선 지난해 그를 괴롭힌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최근 한 달간 집중 투자했던 체력훈련 효과도 좋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체력훈련 덕분에 비거리가 10∼15야드 늘었고 통증이 없어서 샷에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최대 379야드의 장타를 때려내 거리에서도 다른 챔피언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비거리’가 필요한 파5 4개 홀 중 3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이날 동반 라운드한 ‘친구’ 스피스와 토머스는 각각 2언더파(공동 12위), 2오버파(공동 30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