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지휘 송승환 총감독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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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9일 막을 올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개막식 최고책임자인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60)의 발걸음은 더 분주해졌다. 개회식에 동원되는 배우만 1300명이다. 여기에 수백 명의 스태프와 개막식의 한 장면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1000명)까지 합치면 3000명이 넘는다. 송 총감독은 대규모 인원을 통솔하는 설원의 지휘자다. 개막식은 올림픽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29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지난 2월 인터뷰 때와 달랐다. 하얀 턱수염이 자란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개막식 이야기를 할 때 눈빛은 강했다. 송 총감독은 “2015년 7월 총감독으로 선임된 뒤 2년5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남은 1개월 동안 사력을 다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자랑하는 두 시간

송 총감독은 요즘 개막식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파트별로 연습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열흘 뒤인 내년 1월8일부터는 모든 인원이 모여 종합리허설을 한다. 1월15일부터는 강원 평창의 개·폐회식장으로 가서 개막식 날까지 현장 리허설을 한다. 그는 “개·폐회식장은 오각형 형태를 갖췄고 무대는 원형이며, 배우들이 리프트로 오르내릴 수 있는 무대 아래 5m 공간을 확보했다”며 “이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기존 올림픽 개막식과 차별화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밀한 현장 리허설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면 입체적인 공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간 얼마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는지 자랑할 수 있는 2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人사이드 人터뷰] 송승환 "수억명 지켜볼 2시간 평창쇼, 한국 문화의 힘 보여주겠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그동안 안팎으로 많은 장애물을 만났다. 지난해 말 최순실의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업 이권 개입 시도로 올림픽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한 안보 우려도 계속 쏟아졌다. 송 총감독은 “이런 때일수록 개막식에서 분단국가의 염원을 담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여기에 한국 특유의 열정과 조화, 융합이 어우러진 개막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일본과 구별되는 진짜 한국의 것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2020년에는 일본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이어진다. 평창이 3회 연속 아시아 올림픽의 ‘1번 타자’인 셈이다. 이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도쿄, 베이징과 차별화한 한국적인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송 총감독은 “스태프와 외부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의상부터 퍼포먼스까지 중국적이지 않고 일본적이지 않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필수였다. 그는 “세부 구성안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예를 들면 음악은 퓨전 국악을 적극 채용해 서양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 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극단 여행자 대표)은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을 한국적인 소재로 제작해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공연했다. 2012년에는 영국 셰익스피어페스티벌에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송 총감독은 “‘한여름 밤의 꿈’에서 원작에 등장하는 요정들을 한국의 도깨비로 바꿔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며 “우리 것을 다른 나라에 알리는 능력이 탁월한 양 감독의 연출력 덕분에 흥미진진한 개막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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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꼼꼼하게

송 총감독은 개막식을 ‘글로벌 방송쇼’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수억 명의 시청자가 TV로 개막식을 보기 때문이다. 1965년 아역 성우로 데뷔, 방송 경력이 50년이 넘는 그는 “카메라가 배우들 바로 옆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방송 기술이 발달했고 TV도 고화질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금세 티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 총감독은 연출자인 양 감독과 함께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의 재질, 색상, 바느질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그는 “일각에서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총감독을 맡으면 작은 부분만 신경 쓰다 큰 줄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며 “개·폐회식을 함께 진행하는 CJ 제일기획 등 다섯 개 제작사는 모두 월드컵과 같은 큰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나누며 문제없이 잘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를 버티게 한 세 글자 ‘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예산은 600억원 정도다. 베이징올림픽 6000억원, 밴쿠버동계올림픽 1715억원, 런던올림픽 1839억원 등 기존 올림픽보다 크게 적은 액수다. 여기에는 참가자들의 숙식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송 총감독은 “예산 제약은 사람, 자원 제약과 같은 말”이라며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큰 감동을 만드는 게 어렵지만 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된 조건보다 송 총감독을 힘들게 한 건 근거 없는 루머들이었다. 그는 “최순실 차은택과 관련한 소문 등 사실이 아닌 루머들, 올림픽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다”며 “처음엔 ‘나만 떳떳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글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느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푸념했다. 억울한 마음에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무책임한 것 같아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송 총감독은 “다행히 일이 너무나 바빠서 한가롭게 축 늘어져 있을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며 “힘들 때면 ‘그래, 올림픽이니까, 다시 없을 최고의 기회니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자’고 되뇌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극복 과제는 ‘추위’

개막식의 최대 변수는 날씨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관령 지역의 최근 10년간 2월 평균 기온은 영하 4.5도다. 다른 지역보다 강한 바람(평균 풍속 초속 3.6~12.9m)으로 인해 체감기온은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개·폐회식장 주변에 방풍막을 추가 설치하고 있지만, 관람객들은 3~4시간가량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또 강풍이 불거나 눈이 내리면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공연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스태프들 사이에선 “날씨가 도와줘야 하니 하느님이 공동제작자”라는 말이 나온다. 송 총감독은 “기상상황에 따른 플랜 A, B, C를 마련해 놨지만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열기가 아직 뜨겁지 않은 것도 송 총감독의 걱정거리다. 그는 “현재 올림픽 열기는 50~60도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서울올림픽과 월드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민의 관심이 대회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국민의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창 롱패딩 열풍, KTX 경강선 개통 등으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 스포츠 종목이 한데 모인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건 국가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인 만큼 국민의 열기가 100도로 끓어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 개회식은'글로벌 방송쇼'

내년 2월9일 오후 8시 '레디 큐'…OBS 카메라 35대 돌아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는 내년 2월9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 한겨울 강원 평창에서 강추위와 씨름하며 개막식을 지켜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행사가 끝난 뒤 숙소 또는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반드시 현장에서 봐야 제맛인 건 아니다. 오히려 집에서 TV로 보는 것이 행사의 묘미를 느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송승환 총감독은 설명했다. 송 총감독은 “현장에서 개막식을 본다면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TV로 본다면 현장에서 미처 확인할 수 없는 세부적인 내용을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이렇게 설명한 이유는 현장에 배치되는 OBS(국제올림픽위원회 주관 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의 카메라 35대 때문이다. 기존 올림픽 개막식에 동원됐던 10여 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송 총감독은 “구석구석 자리 잡은 카메라가 개막식 현장을 치밀하게 담아 안방에 전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OBS와 미리 손발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총감독은 미국 NBC와도 촬영 시나리오를 맞추고 있다. NBC는 30대의 카메라를 동원, 북미지역에 자체 중계방송을 한다. 그는 “개막식 현장에는 3만5000명의 관중이 있지만 TV로 시청하는 사람은 수억 명”이라며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OBS, NBC 중계팀과의 팀워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개막식 이후 경기를 중계할 때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를 한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고속, 저지연(중요 장면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기술), 연결이 특징인 5G를 통해 타임슬라이스, 싱크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피겨와 쇼트트랙, 봅슬레이, 크로스컨트리 등 동계올림픽 대부분 종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 등에선 선수들에게 5G 모듈을 장착해 이들의 순위 정보와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옴니 포인트 뷰 서비스’를 도입한다. 봅슬레이 썰매에 카메라를 달아 선수의 시선으로 경기를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싱크뷰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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