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왕 날아오른 '공중부양 샷'… 황제의 귀환 알린 '몸통 스윙'
한 시즌이 저물면 챔피언과 함께 ‘스윙 센세이션’이 남는다. 갤러리와 팬들을 열광케 한 챔프들의 골프 테크닉이다. 눈밝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골프 영감을 찾아내곤 한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스타들의 ‘핫골프텍’ 6선을 모아봤다.

(1) ‘날개 단’ 공중부양샷

저스틴 토머스(24)와 렉시 톰슨(22)은 글로벌 특급스타다. 토머스는 올해 5승을 올리고 페덱스컵 챔피언까지 거머쥐며 ‘1인자’로 떠올랐다. 톰슨 역시 올해 2승과 CME글로브 1위, 최저평균타수상을 획득하며 ‘골프 여제’의 반열에 올랐다. 공통점은 특이한 스윙 습관이다. 임팩트 순간 발뒤꿈치를 지면에서 떼고 몸을 솟구치는 ‘공중부양샷’이다. 회전하는 클럽 헤드를 더 빨리 돌리기 위해 힘을 더하는 고난도 동작이다. 둘 다 장타왕이란 점도 닮은꼴이다. 토머스는 2016-2017 시즌 309.7야드를 날려 비거리 서열 8위에 올랐다. 톰슨은 273.8야드로 3위다. 아마추어들이 따라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공중부양샷 메커니즘을 연구한 최송이 프로는 “여자는 근력이 약해 지면반력을 이용하는 까치발 샷이 의미가 있지만 큰 근육을 주로 쓰는 남자는 비거리와 관계성이 적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스윙 기술이라는 얘기다.

(2) 짧은 드라이버 ‘정타’의 마법

리키 파울러(미국)는 한때 이름값을 잘 못한다는 악평을 들었다. 인기도에 비해 우승 소식이 없어서다. 올해 2월 그는 이런 설움을 혼다 클래식에서 모두 날려버렸다. 수훈갑이 짧은 드라이버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 정확도를 잡아줬기 때문이다.

파울러는 ‘아담한’ 키(175㎝)로 300야드대를 때리는 ‘가성비 갑’ 장타자다. 키 1㎝당 비거리는 더스틴 존슨(193cm) 같은 거구들보다 좋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100위권 밖을 맴도는 ‘산탄샷’으로 고생했다. 그는 혼다클래식에서 평소보다 1인치 짧은 44.5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17개월 만에 통산 4승째를 일궈냈다. 20위권에 있던 비거리는 40위권으로 미끄럼을 탔지만 샷 정확도는 50위권으로 수직 상승했다. 통산 6승의 지미 워커(미국)도 지난 1월 열린 SBS토너먼트 대회에서 42인치짜리 드라이버를 잡고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다. 장타보다는 정타에 주목할 필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3) 느리지만 강렬한 ‘일단 멈춤’ 스윙

느리고 여유있는 삶을 추구하는 ‘슬로컬처’가 시대를 풍미하듯 골프에도 ‘슬로 스윙’이 바람을 일으켰다. 물론 백스윙에 한해서다. 지난해 ‘골든슬래머’에 오른 박인비(29)의 슬로 스윙 계보가 올해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로 이어졌다.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추는 독특한 스윙 스타일이 단박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마쓰야마는 전매특허 스윙으로 올해 3승을 올려 세계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스톱 앤드 고(stop & go)’ 로 불리는 이 기술은 아마추어에게도 의미가 크다. “볼의 방향성과 탄도를 결정하는 클럽 페이스와 스윙 궤도를 정리할 여유를 준다(고덕호 프로)”는 이유에서다.

(4) 아름다운 몸의 효율 ‘몸통스윙’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올해 우승권을 끊임없이 두드린 ‘K골퍼’가 강성훈(30)이다. 지속적인 스윙 교정과 실험 끝에 재미를 본 게 ‘몸통스윙(body turn swing)’. 팔과 손목 등 상체에 붙어 있는 신체분절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몸통의 강력한 회전력으로 임팩트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스윙 기법이다. 2015년 PGA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잭 존슨(미국)이 몸통스윙의 대가다.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는 게 특징이지만 부상 위험성이 적다는 것도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몸통스윙은 내년에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타이거 우즈(미국)가 몸통스윙을 가미한 새 스윙을 들고 나와서다. 부상 없는 지속가능 스윙에 관심있는 골퍼라면 연구해볼 만한 대목이다.

(5) 박성현 ‘범프 앤드 런’ 매직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지난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수훈갑은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만이 아니다. 섬세한 성격만큼이나 정교한 쇼트게임의 도움이 컸다. 마지막 라운드 18번홀(파4)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샷을 홀 30㎝ 옆에 붙인 게 우승의 쐐기가 됐다. 이 우승은 그가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39년 만에 3관왕(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에 오르는 초석이 됐다.

그린 주변 둔덕을 맞춰 공의 속도를 줄이는 ‘범프 앤드 런(bump & run)’은 고난도 기술이지만 아마추어도 피할 수 없는 필수 기술이다. 실전에서 맞닥뜨릴 확률이 높고,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그립을 최대한 몸에 가깝게 붙여야 짧은 어프로치 응용동작이 정교해진다”고 말했다.

(6) 고맙다 ‘집게그립’

소수파의 전유물로 취급되던 ‘집게 그립’은 올해 ‘다수’의 인기를 얻었다. 연필을 쥐듯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살포시 퍼터 그립을 잡는 이 독특한 그립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애덤 스콧(호주) 등 주로 PGA투어 선수가 하는 특이 그립이었다.

하지만 왕정훈(22)에 이어 김시우(22·CJ대한통운) 등 K골퍼까지 이 그립으로 우승을 거머쥐자 최나연(30), 이정민(25), 앨리슨 리(22) 등 여자 선수까지 합류하며 퍼트 부진으로 고민하던 프로들에게 ‘힐링 테크’로 불리기도 했다. 김예진(22)은 “다양한 시도를 다 해봤는데 집게로 바꾼 뒤 퍼트감이 확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