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베이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운데 흰색 운동복)가 17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시청 앞에 마련된 출발 지점에서 힘차게 경주를 시작하고 있다.
2017 타이베이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운데 흰색 운동복)가 17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시청 앞에 마련된 출발 지점에서 힘차게 경주를 시작하고 있다.
2017 타이베이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린 17일 대만 타이베이시청 앞. 어둠이 깔린 새벽 선수들이 하나둘 대회장으로 모여들었다. 부슬비가 내렸지만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부지런히 몸을 풀었다. 선수들 맨 앞에는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47)가 있었다. 오전 6시30분이 되자 신호 총소리와 함께 세계 51개국에서 모여든 2만7000여 명의 선수가 일제히 출발했다. 이봉주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타이베이 시내를 달리면서 그동안 미처 몰랐던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과 육상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 2001년 보스턴마라톤 금메달을 수확한 한국 마라톤의 ‘살아 있는 전설’인 이봉주 선수 참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차오얼중 대만육상협회 이사장은 “한국의 세계적 마라토너인 이봉주 선수의 참가를 환영한다”며 “앞으로 많은 한국 마라토너들이 타이베이 대회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1986년 시작한 타이베이 국제 마라톤 대회는 올해로 31회째를 맞은 대만의 대표적인 마라톤 대회다. 올해는 풀코스와 하프코스에 각각 7000명, 2만여 명의 선수가 도전했다. 이들 중 외국인 선수는 3300여 명으로 전체의 12%가 넘는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식 기록을 인정하는 이 대회는 매년 외국인 참가자 수가 늘고 있다.

차오얼중 이사장은 “올해 200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대만을 찾았다”며 “비행기로 2시간30분이면 올 수 있는 대만은 한국인이 한겨울에도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대만이 마라톤을 통한 양국 교류 확대를 바라는 이유다. 올해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총 80여 명이다. 800~900명씩 참가하는 중국, 일본, 홍콩에 비하면 적은 수다.

한국 마라톤계도 대만과의 교류 확대를 반기고 있다. 대만육상협회 초청으로 대회를 방문한 이규운 대한직장인체육회 마라톤협회장은 “대만은 최근 마라톤 인기가 상승하는 분위기”며 “40만 명인 마라톤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감소 추세인 한국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마라톤과 관광을 결합한 상품은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해외 마라토너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면 국내 마라톤 활성화와 관광 수익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라톤협회는 내년 4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벚꽃 마라톤대회에 대만 마라토너들을 처음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타이베이=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