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차 김혜선(20·골든블루)의 별명은 ‘정직 골퍼’다. 아무도 보지 못한 골프 룰 위반 사실을 스스로 신고해 벌타를 받은 게 벌써 두 번이다.

한 번은 퍼팅 마크를 옮겼다가 원위치로 되돌리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기억해냈고, 또 한 번은 백스윙을 하다가 공이 살짝 움직인 사실을 경기위원에게 알려 벌타를 자청했다. 그 때문에 커트 탈락도 했다. 김혜선은 “아닌 걸 아니라고 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지난달 SK핀크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자 그의 이름 앞엔 ‘베이글 챔프’란 수식어 하나가 더 붙었다. 곱상한 외모가 도드라지면서다. “우승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걸 느꼈어요. 어딜 가든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요.”
팔과 손뭉치가 몸통 밖으로 삐져나간 잘못된 임팩트(왼쪽), 팔과 손뭉치가 몸통 안에 잘 들어와 있는 좋은 임팩트.
팔과 손뭉치가 몸통 밖으로 삐져나간 잘못된 임팩트(왼쪽), 팔과 손뭉치가 몸통 안에 잘 들어와 있는 좋은 임팩트.
그는 한 가지에 흠뻑 빠져드는 ‘덕후 기질’을 가졌다.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하루종일 그 한 곡만 듣고 또 듣는다. 초등학교 때는 수학에 꽂혀 문제집을 끼고 살았다. 그는 “학원에서 숙제를 내주면 그것보다 배 이상 해가곤 했다”고 말했다.

골프에도 그렇게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때 시작한 취미가 어느새 직업이 됐다. 데뷔 첫해인 지난해에는 여느 프로들처럼 속앓이를 했다. 매주 대회장을 찾아 이동하는 환경이 낯설었고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자 스윙까지 급해졌다. 완벽주의가 문제였다. 아버지가 마음을 다잡아줬다. 싱글 골퍼인 아버지는 “결과를 위해 골프를 하지 마라”며 다독였다. 목표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골프 철학이 그렇게 세워졌다.

“마음이 안정되니까 샷도 안정이 됐어요. 멘탈이 그만큼 중요하단 걸 새삼 깨달았죠.”

그는 운이 좋아 생애 첫 승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변에선 ‘샷이 무르익었다’며 오래전부터 그의 우승을 점쳐왔다. 샷의 질이 몰라보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지난해 240야드(72위)에서 올해 250야드(26위)로 평균 10야드 늘어났다. 그린 적중률도 67.05%(78위)에서 75.56%(14위)로 껑충 뛰었다. 약점이었던 아이언 샷이 거꾸로 그의 특기가 됐다.

“아이언을 팔로 들어서 때렸는데, 지금은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요. 힘이 빠지니까 엉켜 있던 스윙 시퀀스(순서)도 좋아졌고요.”

스윙 메커니즘이 안정되니 잘될 때와 안될 때의 편차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감이 가장 좋아진 클럽은 9번 아이언이다. 115m 안팎 거리의 샷이 남으면 홀에 공을 집어넣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아하는 클럽이다.

아이언을 정확하게 치기 위해 꼭 지키는 철칙이 ‘다이아몬드 각(角)’이다. 클럽을 잡았을 때 머리 어깨, 팔꿈치, 손이 이루는 각도가 다이아몬드 형태를 닮았는데, 이 모양을 스윙 내내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임팩트 때 이 형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는 “임팩트 순간 팔이 몸통 밖으로 삐져나가게 해선 안 된다”며 “양팔이 가깝게 붙어 다니게 할수록 정확도가 확실히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녀들 원샷원킬 족집게 레슨] "양팔이 모두 몸 안에서 움직여야 정확한 임팩트"
■ 김혜선 프로는

▶1997년 경기 송탄 출생
▶별내초-노원중-명지고-건국대 재학 중
▶골프입문:초등학교 5학년
▶투어데뷔:2016년
▶주요성적
-2017 SK핀크스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우승
-2017 하이트진로챔피언십 6위

성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