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누빌 '후진 기어'… 현대차, 종합우승 '빨간불'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시즌 종합우승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스페인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며 1위 포드 M-스포트팀과의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남은 2개 대회에서 점수 차를 좁히고 역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의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벨기에)은 9일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에서 열린 11차전 스페인 랠리에서 탈락했다. 그는 랠리 중 코너에서의 실수로 서스펜션 고장을 일으켰고 완주하지 못했다. 누빌 외에 헤이든 패든(뉴질랜드), 다니 소르도(스페인) 등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의 다른 드라이버들도 신통치 않았다. 15위에 오른 소르도가 가장 나은 성적이었다. 현대차와 우승 경쟁을 벌이는 포드 M-스포트팀은 스페인 랠리에서도 선전하며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현재 드라이버 순위 1위인 세바스티앵 오지에(프랑스)는 스페인 랠리에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팀의 오트 타낙(에스토니아)이 3위에 오르며 팀 점수를 끌어올렸다. 포드 M-스포트팀의 점수는 325점에서 358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은 261점에서 275점으로 14점 오르는 데 그쳤다. 2위 자리에는 변함이 없지만 1위와의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WRC는 종합우승을 드라이버와 제조사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오지에의 드라이버 점수도 177점에서 198점으로 상승했다. 그와 1위 경쟁을 하던 누빌(160점)은 점수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타낙(161점)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 모터스포츠팀은 올 시즌 목표를 종합우승으로 잡았다. 2014년 이 대회에 뛰어든 뒤 지난 3년간 갈고닦은 기술력과 팀워크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WRC를 지배해온 폭스바겐 모터스포츠팀이 디젤 게이트 여파로 작년 말 철수했다. 현대차가 종합우승을 차지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졌다.

하지만 스페인 랠리에서 흔들리며 남은 2개 대회에서 소속 드라이버들이 대거 상위권에 올라야 역전할 수 있게 됐다. WRC 12차전은 오는 26일 영국에서 열린다. 마지막 13차전은 다음달 16일 호주에서 개최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