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체중 이동의 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연습법. 오른발을 뒤로 빼 뒤꿈치를 든 뒤(사진 왼쪽), 백스윙을 절반 정도만 해 스윙한다(오른쪽).  /이관우 기자
안정된 체중 이동의 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연습법. 오른발을 뒤로 빼 뒤꿈치를 든 뒤(사진 왼쪽), 백스윙을 절반 정도만 해 스윙한다(오른쪽). /이관우 기자
박지영(21·CJ오쇼핑)이 초등학교 은사를 우연히 만나 인사했을 때다. “네가 맨날 교장실에 불려 다닌 그 지영이 맞니?”

선생님은 그가 얌전한 숙녀로, 또 유명한 프로골퍼로 성장했다는 얘기에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박지영은 어린 시절 못말리는 말썽꾸러기였다. “사고를 자주 쳐서 학교에 불려 다니길 밥 먹듯 했다”는 게 육상선수 출신인 어머니 하연우 씨(57) 기억이다. 축구를 하다 학교 화분을 깨뜨렸고, 야구를 하다 유리창을 깼다. 합기도 태권도 검도를 즐긴 그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남자애들을 자주 ‘응징’하기도 했다.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비오는 날 운동장에 가방을 내팽개친 채 집에 오기도 했어요. 어머니가 비에 젖어 퉁퉁 불어난 책을 꺼내 일일이 말리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녀들 원샷 원킬 족집게 레슨] "왼발로 서서 하프샷 30분…스윙 안정성·효율성 높아졌죠"
그런 박지영이 요즘 ‘여성스럽고 단아한 매력’으로 골프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은 뿔테 안경을 2015년 시즌 후 벗었다. “안경을 벗고 작년에 처음 대회에 나갔더니 ‘이름이 뭐냐?’고 묻는 언니들이 많아서 당황했어요. 천지개벽했다고 놀리는 친구도 있었고요. 하하.”

물론 인기의 더 큰 배경은 성적이다. 올 들어 23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한 번 등 ‘톱10’에 11번 들었다. 톱10 진입률 48%로 전체 4위다. 톱10 진입률은 ‘우승할 때가 됐다’는 징조로 많은 프로들이 여긴다.

거저 얻은 성적이 아니다. 지난해 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중 2개월이나 대회를 건너뛰어야 했다. 그해 6월 얻은 생애 첫 우승 후 높아진 기대감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샷을 흐트러뜨렸다.

“골프 말고 다른 걸 해야 하나.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우울한 느낌이 강했어요.”

분위기를 바꿔준 게 스윙 교정이다. 불안정하던 체중 이동을 고쳐 다음 시즌을 도모하자고 시작한 게 ‘반전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임팩트와 릴리스, 폴로 스루 이후 오른발로 다시 체중이 되돌아오는 ‘역피벗’ 현상이 80%가량 사라졌다. 샷의 일관성과 안정성, 효율성이 좋아졌다. 쪼그라들던 드라이버 비거리도 254야드대로 회복했다. 투어 전체 비거리 랭킹 10위다.

스윙 교정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연습한 게 ‘왼발축 하프 스윙’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평범하게 어드레스한 뒤 오른발을 20㎝가량 뒤로 빼 뒤꿈치를 든다. 체중을 왼발에 90% 이상 싣는 셋업이다. 이 상태에서 아이언으로 하프 스윙을 한다. 박지영은 “왼발축 하프 스윙을 10여 회 정도 하면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이 뭔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오른쪽으로 몸통이 밀리는 ‘스웨이’가 심하거나, 클럽 헤드 무게를 잘 못 느끼는 경우, 체중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마추어들에게 효과적인 연습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하루 한 시간 스윙 훈련을 하면 30분 정도를 이 연습에 할애한다”고 소개했다.

박지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기부 천사’다. 가족들 모두 10여 개 사회단체와 인연을 맺고 틈나는 대로 기부한다. 우승이 아니라 발전하는 박지영을 목표로 하는 것도 ‘채워진 삶’을 살고 싶어서다. 그는 “때가 되면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고 싶다”며 씩 웃었다.

박지영 프로는

▶1996년 3월2일 강원 원주 출생
▶삼육초-육민관중-육민관고-건국대
▶CJ오쇼핑 소속
▶2011년, 2013년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
▶2015년 신인왕
▶2016년 에쓰오일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