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부드럽다" 소프트 장타 1인자 김찬의 '이지 스윙'에 놀란 갤러리들
“어~이상하네!”
기대감에 부푼 갤러리들은 김찬이 티샷을 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과 달리 스윙이 ‘파워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동반자들과 달리 60~70%의 스윙에 불과해 보였던 것이다. 김찬은 이날 아시안 투어 장타자 가빈 그린(말레이시아)과 KPGA 장타자 김홍택(24)과 함께 장타조로 묶여 경기를 했다.
갤러리들이 더 놀란 건 공이 떨어진 페어웨이로 가봤을 때다. 김찬의 공이 다른 2명의 동반자들보다 10야드 가량 더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소프트 스윙으로도 다른 동반자를 모두 압도한 것이다. “친구들도 늘 신기해하며 물어본다”는 그의 소프트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가 가장 먼저 꼽은 건 템포(tempo)였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템포부터 완성하려 했어요. 그 이후에 비거리를 천천히 채워넣었다고 보면 됩니다.”
스윙에 필요한 신체가 제순서에 맞춰 돌아가게 하는 게 템포다.이 템포만 잘 잡아도 임팩트 순간의 클럽 헤드 속도가 효과적으로 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칠게 온 몸을 흔들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으로도 비거리가 많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가 ‘남아공의 골프 황제’ 어니 엘스(48)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부드러운 ‘이지(easy)스윙’의 매력 때문이다. 엘스는 한창 때인 5~6년 전 느릿느릿하고 편안한 스윙으로 300야드를 쉽게 넘겼다.
김찬은 이날 허리가 평소보다 좋지 않아 80%의 힘만으로만 쳤다고 했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김홍택은 “김찬은 살살쳤고 나는 있는 힘껐 친 뒤 페어웨이를 가보면 10야드 이상 더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믿기 어려운 장타력“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홍택은 KPGA 드라이버 비거리 서열 2위(297.3야드)에 올라 있는 장타자다.
김찬은 키 188cm,몸무게 95kg의 거구다. 큰 몸집이 비거리에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얘기. 키가 작은 부모님과 달리 거구의 몸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때 우유를 다른 아이들보다 3배는 더 마셨다고 아빠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둘 다 170cm를 넘지 않는다.
몇년 전만 해도 그는 요즘같은 괴물 장타를 치진 못했다. 그는 “4년 전보다 30야드 가량 비거리가 확 늘었는데,유연성이 그 때보다 좋아진 게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연성에 도움이 된 건 요가다. 109kg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95kg으로 줄이며 지방을 뺀 대신, 그 공백을 탄력있는 근육으로 채운 것이다.그는 “살이 빠지니까,회전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적정 탄도와 공의 회전량을 조절하기 위해 그는 짧은 드라이버를 쓴다. 아마추어들이 주로 쓰는 45~46인치짜리보다 1인치가량 짧은 44.5인치짜리다. 로프트각 7.5도를 쓰는 그의 티샷 발사각은 약 15도 정도다. 다른 선수들보다 1~2도가량 높다.
“회전량이 적게 걸리고 탄도를 높게 만들기 위해 선수용 73g짜리 X강도 샤프트를 1인치(2.54cm)가량 짤라서 써요. 그래서 제 드라이버 길이가 아마추어들보다 짧은 편이죠.”
스윙이 엉켰을 때 독특한 응급조치를 취하는 건 그만의 루틴이다. 백스윙 톱을 만든 뒤 약 3초간 멈추는 연습이다. ‘일단 멈춤’스윙으로 유명한 PGA 투어 통산 5승의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백스윙 동작과 비슷하다.
그는 “샷이 잘 안될 때 이런 동작을 몇 번 하면 흐트러졌던 템포와 리듬이 다시 살아나고 몸통의 회전 순서가 잘 지켜지더라”며“백스윙을 3초간 멈출 수만 있어도 스윙이 확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찬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4언더파 67타를 쳤다.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공동 3위의 준수한 성적이다.
청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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