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였던 박성현 '대역전쇼'… K골프 사상 첫 5연승 일궜다
5주 연속 ‘코리안 파티’다. 한국 선수 세 명이 지난달 하순부터 이달까지 열린 5개 대회를 모두 싹쓸이하는 사상 첫 ‘K랠리’가 완성됐다. 1988년 구옥희 프로(2013년 작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로 첫승을 올린 지 29년 만이다. 이 기록은 한국 선수가 다시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비앙도 욕심나요”

박성현이 미국 무대에서도 ‘장타와 컴퓨터 퍼팅’ 두 토끼를 모두 손에 쥔 슈퍼 루키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박성현이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열린 LPGA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시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성현이 미국 무대에서도 ‘장타와 컴퓨터 퍼팅’ 두 토끼를 모두 손에 쥔 슈퍼 루키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박성현이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열린 LPGA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시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헌트&골프클럽(파71·6419야드)에서 열린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마지막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치며 7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박성현은 2위 이미림(26·NH투자증권)과 3위 그룹인 전인지(23), 펑산산(중국), 마리나 알렉스(미국), 크리스티 커(미국) 등을 각각 2타,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달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LPGA 데뷔 첫 승을 따낸 지 한 달여 만에 일군 시즌 2승째이자 4타 차 열세를 뒤짚은 완벽한 역전승이다. 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8000만원)를 받아 상금 순위에서도 1위(187만8615달러)로 뛰어올랐다. 신인왕 후보도 0순위다. 신인왕 포인트 1285점을 쌓아 2위 에인절 인(미국·539점)을 멀찍이 따돌렸다.

박성현은 “대회 코스가 내 스타일에 맞았고 샷과 퍼트도 모두 잘됐다”며 “완벽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그는 전인지와의 우승 경쟁에서 밀려 4타 차로 준우승했다. 박성현은 “에비앙도 우승이 욕심 나는 대회”라며 “샷과 퍼트 감각을 잘 유지해 에비앙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에비앙까지 2주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2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리며 시즌 첫 승을 노렸던 전인지는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다. 3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쳐 최종일 재역전을 노리며 분전했지만 역시 한 타밖에 줄이지 못한 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네 차례 한 전인지는 “샷과 퍼트가 나쁘진 않았다”며 “2주 뒤의 에비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낭자 “시즌 최다승도 가자!”

이번 대회는 최종일 한국 선수 간 맞대결처럼 펼쳐졌다. 전인지와 이미림, 박성현이 1타 선두를 뺏고 뺏기는 박빙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전인지와 이미림이 나란히 3개씩의 보기를 범한 사이 박성현은 보기 없는 완벽한 경기로 버디 쇼를 펼치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2~4m짜리 중거리 퍼트가 쏙쏙 컵에 잘 꽂혔다.

임경빈 프로(JTBC 해설위원)는 “퍼팅 스트로크에 주저함이 없어졌다”며 “US오픈 우승 이후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 듯하다”고 평했다. 이미림은 마지막 날 이글 2개를 잡아내고도 중거리 퍼트가 빗나가면서 시즌 2승 도전에 실패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5개 대회를 연속 제패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박성현과 김인경(29·한화)이 US여자오픈과 마라톤 클래식을 차례로 제패한 데 이어 이달에는 이미향(24·KB금융그룹)과 김인경이 각각 스코틀랜드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2015년 15승)도 다시 쓸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 23개 대회에서 13승을 쓸어 담아 승률 57%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남은 대회는 11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