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복 원장이 보디턴 회전운동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척추를 회전축으로 삼아 어깨의 탄성과 복원력을 이용해 부드럽게 좌우로 회전하는 게 요령이다.
김성복 원장이 보디턴 회전운동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척추를 회전축으로 삼아 어깨의 탄성과 복원력을 이용해 부드럽게 좌우로 회전하는 게 요령이다.
김성복 바디턴아카데미 원장(56·사진)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몸통 스윙’ 전문가다. 어깨와 허리 등 상체 근육에 내재돼 있는 탄성을 활용해 ‘보디턴(body turn) 회전운동’을 시작하고, 최대치의 헤드 스피드를 만들어내는 데 해박한 지식과 임상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친구들은 그가 내미는 명함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표시하곤 한다.

“제가 전기설비 기술자였어요. 번듯한 사업체를 갖고 있었고, 돈도 꽤 벌었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골프에 올인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골프 전문가가 됐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해요.”

1994년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는 레슨 프로들의 티칭 방식이 도통 이해가 안 갔다고 했다. 왜 슬라이스가 나는지, 왜 공을 때리면 안 되는지, 공은 왜 저런 회전이 나오는지, 왜 하체로 먼저 리드해야 하는지 등 아무리 물어도 원리를 속 시원히 답해주는 이들이 없었다.

그는 “레슨을 때려치우고 잭 니클라우스와 데이비드 리드베터 등 해외 전문가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혼자 연구를 시작했다”고 골프 입문 과정을 설명했다. 원리를 깨치니 골프가 쉬웠다. 1년 반 만에 2오버파 74타를 쳤다. 자신이 깨친 이론을 전파하기 위해선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지인들의 권유로 내친김에 USGTF(미국골프티칭협회 프로 자격증)와 생활체육지도사 자격까지 땄다. 입문 5년 만에 일군 그의 커리어다.

김 원장이 주창하는 보디턴 스윙 이론은 간단하다. 어깨 회전각을 얼마나 크고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느냐가 스윙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인체에 고무줄 같은 탄성물체를 가지고 있다”며 “백스윙 때 탄성체를 최대한 회전시켜 에너지를 축적한 뒤 풀기만 하면 저절로 스윙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몸통회전 원리 깨우치니 골프 신세계 열렸죠"
아마추어의 가장 큰 문제가 어깨가 회전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소파나 의자에 앉아 양발을 얌전하게 모은 뒤 어깨만 회전해보면 프로조차 90도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즉석에서 시범을 보인 그의 어깨는 100도가 넘게 오른쪽으로 ‘스스륵’ 손쉽게 회전했다. 꾸준히 보디턴 운동을 수련한 결과다. 편하게 보디턴 훈련을 할 수 있는 연습기까지 직접 발명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1000명이 넘는 제자 가운데 한 아마추어 골퍼는 70세가 넘어서 시작한 이 운동으로 비거리가 석 달 만에 20m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는 “상체가 시계추처럼 자연스럽게 회전하면 하체는 알아서 따라오게 돼 있는 게 인체”라고 했다.

입소문이 퍼진 덕에 그에게 어깨턴 운동을 전수받은 유명 프로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레인우드클래식에서 6년 만에 통산 4승을 신고한 김인경(29·한화)도 그중 한 명이다. 김인경은 우승 직전인 2015년 겨울, 김 원장을 찾아 보디턴 운동법을 익히고 돌아갔다. 당시 의기투합한 둘은 미국과 한국을 서로 네 차례나 오가면서 훈련에 집중했다는 게 김 원장의 말이다.

“하체 리드, 엉덩이의 빠른 턴에 초점을 맞춘 스윙이론이 주류로 통용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 가능한 골프를 즐기려면 상체의 자연스러운 회전력으로 스윙을 리드하는 보디턴이 사실 더 유용하다고 봐요. 나이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평균 72시간 정도만 어깨 회전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완전히 다른 골프 세계를 느끼게 될 겁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