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으로 떠나는 오감만족 여행
대만 중부의 아리산. 이국적인 산림 경관과 폭포, 운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대만관광청 제공

대만 중부의 아리산. 이국적인 산림 경관과 폭포, 운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대만관광청 제공

대만은 참으로 묘한 나라다. 열대과일에서 동남아가, 거리 간판에서 중국이, 깨끗한 골목에서 일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은 중국’이라는 편견을 걷어 버리면 많은 것이 보인다. 현대적 초고층 빌딩과 5000년 중국 역사도 만날 수 있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어 일본 다음으로 온천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볼수록 매력적인 나라 대만으로 가볍게 떠나보자.

자연이 만든 화리엔, 야류

운무가 자욱한 르웨탄 호수

운무가 자욱한 르웨탄 호수

대만의 여러 관광지 중 화사한 자연경관을 보고 싶다면 타이베이에서 기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화리엔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화리엔은 ‘아시아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협곡과 태평양을 만끽할 수 있는 푸른 해변이 있다. 화리엔은 국립공원인 태로각 협곡과 치싱탄 해변이 유명하다. 태로각 협곡에 도착하니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위태위태하게 차가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협곡은 화리엔 서쪽으로 19㎞나 이어진다. 높이가 3000m 넘는 산맥에서 내려온 물이 대리석 산을 깎아내 좁은 협곡을 만들었다. 절벽 아래 흐르는 얕은 물은 많은 비가 오면 불어나 협곡을 가득 채운다. 고개를 들어 절벽 위를 쳐다보니 구름 위로 치솟은 산이 아득했다. 걷다 마주친 험한 절벽에는 이곳저곳 구멍이 나 있다. 제비가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 ‘제비구멍’이란 뜻의 연자구(燕子口)라 불렸다. 이 구멍은 지하수에 의해 생긴 것인데 독특한 모습이 발길을 사로잡았다.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만든 도로는 군인과 죄수를 동원해 만들었다. 이때 돌에 깔리거나 절벽에서 떨어져 희생된 사람이 226명이나 됐다.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만든 장춘사(長春祠) 앞에서 그들을 위해 잠시 고개를 숙였다.

타이베이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야류해양국립공원은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이다. 수천만 년 전부터 파도와 바람에 석회질 바위가 조금씩 깎여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만들어졌다. 바위 위쪽에 색상이 진한 부분은 단단한 재질이라 많이 남겨졌고, 아래쪽 밝은 부분은 연약해 좀 더 깎여져 있다. 버섯모양, 계란모양 등 여러 모습의 바위가 있는데 그중 최고는 여왕머리 바위였다. 이집트 여왕인 네페르티티 옆모습을 닮아 ‘여왕바위’라 불린다. 이 바위 곁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이 바위는 목 부분이 점점 얇아지고 있어 어쩌면 10년 후면 무너져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골목 여행 지우펀 … 역사여행 고궁박물관

지우펀은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 전에 지우펀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인공 치히로가 우연히 낡은 터널을 통과해 신비로운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의 배경이 바로 지우펀이다. 이곳은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있는 태로각 협곡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있는 태로각 협곡

지우펀은 화려한 관광지이지만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는 금광촌이었다. 어둡고 좁은 상가골목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터널 같았다. 골목 양옆은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했다. 골목이 거의 끝나는 곳 오른쪽에 홍등이 눈길을 끄는 좁은 골목이 나왔다. 이 골목을 내려가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온천장과 닮은 건물인 아메이 찻집과 마주쳤다. 욕심 많은 마녀 유바바가 건물 안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더위를 피해 바람이 오는 곳을 따라 골목을 벗어나니 바다 전망이 펼쳐졌다. 폐광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바다, 산, 마을이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 해질 무렵 홍등이 켜지면 더욱 운치가 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중국 대륙의 5000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을 보려면 국립고궁박물관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갈 때 귀중한 유물은 모두 배에 실어 가져왔다. 거대한 자금성 빼고 가져올 수 있는 유물은 모두 대만으로 옮겼다 한다. 이곳은 송(宋), 원(元), 명(明), 청(淸) 네 왕조의 유물을 보유해 ‘중화문화의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보유 유물은 70만 점에 달해 모두 전시할 수 없어 연중 수시로 교체해 가며 일부만 전시한다. 모든 소장품을 다 보려면 적어도 8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101 빌딩, 야시장 곳곳엔 천국의 맛이

대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스린시장

대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스린시장

101 빌딩은 대만의 자랑이다. 2004년 지어진 이 빌딩은 101층 508m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높은 곳이다. 초고층 빌딩은 거센 바람에 잘 버티게 만들어야 한다. 101빌딩에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건물 안쪽에 ‘댐퍼’라고 하는 공 모양 추가 있다. 바람으로 건물이 오른쪽으로 흔들리면 추가 왼쪽으로 치우쳐 흔들림을 막는다. 이 추는 전망대 한 층 아래서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자랑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다. 89층 전망대로 37초 만에 이동했다. 귀가 먹먹해 두 번 침을 삼키니 벌써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시내 전체 야경이 펼쳐졌다.

101빌딩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지만 무엇보다 맛의 천국이 열려 있는 곳이다. 101층 지하에는 유명한 딘타이펑 본점이 있다. 딤섬 샤오룽바오를 주문했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샤오룽바오는 작은 대나무 찜통인 샤오룽에 쪄낸 중국식 만두다. 만두피를 살짝 열어 육즙을 먼저 먹는 재미가 있다. 기름진 샤오룽바오를 대만의 유명한 술인 금문고량주와 곁들이니 더욱 맛있다.

출출한 밤이면 스린 야시장이 기다린다. 거의 새벽 3시까지 열어 늦은 시간에 방문해도 된다. 스린 야시장은 먹거리와 쇼핑의 천국이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커다란 닭튀김인 지파이였다. 커다란 크기에 고소한 맛으로 한 입 먹어보니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인파에 휩쓸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먹거리를 구경하다 작은 문어를 통째로 넣었다는 다코야키 앞에 멈춰 섰다. 작은 문어는 주꾸미 같았다. 사서 한 개를 입에 넣으니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이 끝내줬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대만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 세 끼를 모두 사서 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맛난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으니 외식이 발달한 게 아닐까.

여행 정보

대만은 매일 직항을 이용해 2시간30분이면 갈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바항공 등 다양하다. 시차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다. 화폐는 대만달러며 1대만달러는 40원 정도다. 날씨는 연평균 22도의 다습한 아열대 기후로 남쪽으로 갈수록 덥다. 하나투어는 대만/야류/화리엔/지우펀 4일 상품을 판매한다. 이 상품을 이용하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화리엔을 볼 수 있다. 화리엔의 치싱탄은 오는 7월8일 열리는 힐클라임대회 타이완 콤 챌린저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높은 마천루인 101타워, 바람과 바다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바위가 일품인 야류 해양공원을 둘러본다. 미식 체험으로 유명 딤섬 레스토랑인 딘타이펑에서 샤오룽바오를 맛볼 수 있다. 69만9000원부터.

대만=이왕재 여행작가 proale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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