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긴 거리 벙커샷은 강하게 친다는 생각보다는 공 뒤를 정확히, 피니스를 끝까지 완성해준다는 생각으로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조금 긴 거리 벙커샷은 강하게 친다는 생각보다는 공 뒤를 정확히, 피니스를 끝까지 완성해준다는 생각으로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볼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어떤 클럽을 쓸 것인가. 십중팔구 샌드웨지를 꺼내 들 것이다. 캐디 또한 54~56도 웨지를 가져왔을 터다. 요청도 하기 전에 말이다. 오죽하면 그 정도 로프트를 가진 웨지에 아예 ‘S’자를 새겨놓은 클럽 제조사도 있을까. ‘그린사이드 벙커샷=샌드웨지’라는 공식은 대부분 당연시한다. 혹시 100m도 넘게 남은 페어웨이 벙커에서도 샌드웨지를 써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쑥스럽지만 필자도 그렇다. ‘S’라고 쓰여 있는 클럽을 ‘샌드’라고 읽는다고 배우고 나서다.

필자는 그린 사이드 벙커에 볼이 빠지면 일단 가서 상황을 보고 클럽을 정한다. 거리가 제법 멀어서 9번이나 8번 아이언을 달라고 하면 캐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벙커인데요?”라고 되물을 때도 많다. 그렇다. 나는 벙커샷 거리 조절을 철저히 클럽을 바꿔서 한다. 스윙은 똑같이 하고 거리에 따라 클럽을 달리하는 것이다. 열여덟 발짝이라면 54도 웨지를 쓴다. 50도 웨지로는 스물네 발짝을, 58도 웨지로는 열두 발짝을 친다. 극도로 타이트한 라이(벙커와 홀 사이에 공간이 정말 좁은 자리)에서는 62도 웨지로 승부를 볼 때도 있다. 내 경우에 클럽별로 대충 여섯 발짝씩 차이를 둔다. 피칭 웨지(46도)로는 서른 발짝 정도를 치고 쉰 발짝 가까이 되면 7번 아이언도 불사한다. 기본 공식이 그렇다는 얘기다.

왜 클럽을 바꿔서 벙커샷 거리를 조절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이 방법이 훨씬 쉽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벙커샷을 연습할 기회가 얼마나 있는가. 있다고 해도 다양한 거리를 연습할 수가 있을까. 대부분은 빠져나오기를 연습하기도 급급하다. 한 번도 따로 벙커샷 연습을 해보지 않은 골퍼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스윙 크기를 바꿔가며 거리를 조절한다거나 볼 뒤를 얼마나 가까이 치느냐로 거리를 조절하라는 조언을 한다. 정말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긴장한 상황에서. 볼부터 맞혀서 이른바 홈런을 치거나 한참 뒤를 쳐서 탈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볼 뒤 같은 거리를 일관되게 치되 클럽을 바꾸면 (결국 로프트를 다르게 하면) 훨씬 쉽다. 혹시 연습이 부족해도 그럭저럭 밥값이 나온다. 페어웨이 벙커에서 미들 아이언으로 벙커샷을 하다가 실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볼부터 치려고 했는데 모래부터 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7번 아이언쯤 잡았는데도 볼이 30~50m 정도 날아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 실수를 그린 사이드에서 일부러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윙은 다른 벙커샷과 똑같이 한다. 백스윙 때 왼팔이 (샤프트가 아니고) 지면과 수평을 이루고 코킹은 다 한다. 그리고 다운스윙 때 몸통 스윙을 하는 것까지 똑같다. 무엇보다 클럽을 충분히 열고 볼 뒤 같은 자리를 치는 것은 기본이다. 내 경우엔 8~10㎝ 뒤에서 모래에 닿은 뒤 볼 밑을 통과한다는 느낌으로 친다.

거리도 멀고 벙커 턱까지 높은 경우 로프트가 높은 웨지(54도나 58도)로 볼에 맞을락 말락하게 쳐서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샷은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우리의 희망인 최경주 프로라면 답을 갖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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