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키 파울러, 17개월 만에 PGA 우승컵 '입맞춤' > 리키 파울러(미국)가 26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파울러는 17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거뒀다. AP연합뉴스
< 리키 파울러, 17개월 만에 PGA 우승컵 '입맞춤' > 리키 파울러(미국)가 26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파울러는 17개월 만에 PGA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거뒀다. AP연합뉴스
리키 파울러(미국)의 올 시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307.4야드(281m)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 시즌 11위다. 하지만 그의 ‘아담한’ 키(175㎝)로 보면 ‘가성비’만큼은 괴력에 가깝다. 그는 PGA 장타부문 1위 루크 리스트(188㎝)나 2위 더스틴 존슨(193㎝) 같은 거구보다 비거리 효율이 훨씬 높다. 리스트가 ㎝당 1.68야드, 존슨이 1.63야드를 날리는 데 비해 파울러는 1.76야드를 띄워 보낸다.

불붙은 짧은 방망이

1인치 짧은 드라이버 잡고 장타보다 '안타'
문제는 정확도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는 확률은 61.22%로 시즌 95위다. 세컨드샷을 그린에 깨끗하게 올리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스윙 코치 부치 하먼과 함께 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그에겐 숙제였다. 페이드 구질을 치다가 클럽페이스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 우측으로 휘고, 이를 보정하기 위해 닫아치면 왼쪽으로 당겨지는 일이 많아서다.

파울러는 26일(현지시간) 끝난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실험을 했다. 평소 쓰던 44.5인치 드라이버를 1인치 짧게 만든 ‘쇼트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다. 드라이버를 짧게 쥔 그는 4라운드를 4타 차로 앞선 채 시작해 이 격차를 끝까지 지켜냈다. 12언더파 268타, 통산 4승째다. 2015년 9월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이후 17개월여 만의 우승컵이다.

짧은 드라이버는 주효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페어웨이 안착률 67.9%의 정확도를 기록해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거리에서도 크게 손해보지 않았다. 303.9야드로 출전자 가운데 12위다. 워터해저드가 많은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를 감안해 ‘장타’보다 ‘안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지난 1월 SBS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에서 3번 우드보다 짧은 드라이버(42인치)를 잡고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지미 워커(미국)를 연상케 하는 파울러식 실용주의다.

“생큐, 타이거 우즈 퍼터”

1인치 짧은 드라이버 잡고 장타보다 '안타'
짧은 드라이버에 힘을 실어준 게 퍼터다. 그가 쓰는 스카티 카메론의 뉴포트2 프로토 타입 퍼터는 타이거 우즈(미국)를 위해 스카티 카메론이 별도로 제작한 것이다. 회사의 피팅실에 들른 파울러가 “퍼팅할 때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놓자 회사가 보관해 둔 우즈 퍼터를 권했고, 이후 그의 파트너가 됐다.

파울러는 이번 대회에서 7피트(약 2m) 이내의 퍼트 57개를 시도해 모두 홀컵에 떨궜다. 단거리 퍼트뿐만이 아니다. 5m가 넘는 중거리 퍼팅, 10~15m 정도의 장거리 퍼팅까지 홀컵에 쏙쏙 떨어뜨렸다. 퍼터로 타수를 줄인 지수(SG퍼팅)가 7.401로 출전자 가운데 2위다. 순수하게 퍼트로 타수를 덜어낸 게 7타가 넘는다는 얘기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퍼트가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파울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퍼팅의 기본은 직선 퍼팅이다. 2m 안팎의 짧은 거리를 똑바로 보내는 것이다. 대회 때마다 티와 티를 그린에 퍼터헤드 길이 폭만큼 꽂아놓고 스트로크 반복 연습을 빼먹지 않는다. 좁은 티 사이를 ‘접촉사고’ 없이 오가려면 흔들림 없는 스트로크가 절대적이다.

하이 페이드의 마법

악명 높은 ‘베어트랩’을 무난하게 넘긴 것도 모처럼의 우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워터해저드 위로 공을 날려야 하는 15~17번홀은 많은 챔피언이 ‘퐁당쇼’를 연출하며 무너지는 곳이다.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린 위의 돌개바람 때문이다. 그는 이 베어트랩에서 나흘간 2타를 줄였다. 버디 4개를 잡았고 보기는 2개만 내줬다. 높은 탄도로 공을 띄우는 ‘하이 페이드’에 능한 게 큰 힘이 됐다. 높이 떠오른 공은 워터해저드와 벙커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 그린에 공을 세우는 데 효과적이다. 클럽 페이스는 타깃 방향으로 맞추되, 스윙궤도를 ‘아웃-인’으로 깎아쳐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자칫 페이스가 열리면 악성 슬라이스가 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 이 샷의 양면성이다. 파울러가 마지막날 17번홀(파3)에서 공을 물 속에 빠뜨린 것도 이 때문이다. 파울러는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왼쪽 어깨가 평소보다 빨리 열리는 경우 우측으로 밀리는 샷이 생긴다”며 “임팩트 순간 클럽헤드를 먼저 타깃으로 보낸 뒤 폴로스루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