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철인’ 이승훈이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들어온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빙속 철인’ 이승훈이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위로 들어온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이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하며 한국 역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에 올랐다. 부상을 딛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그는 모든 출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맏형’의 활약에 힘입은 한국 대표팀은 이날도 스피드스케이팅과 스키 알파인, 크로스컨트리 등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총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투혼의 이승훈, 신기록 제조기

이승훈은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예리한 전략으로 역전 우승했다. 경기 후반까지 중하위권에서 힘을 비축한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 곡선주로에서 아웃코스로 전력질주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네 번째 금메달이었다. 그는 지난 20일 남자 5000m와 22일 남자 1만m, 남자 팀 추월 등 출전 종목에서 모두 우승했다. 열흘 전 정강이 부상으로 여덟 바늘을 꿰맨 뒤 투혼을 발휘한 결과다.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역사상 3관왕은 총 네 차례 나왔지만 4관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훈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3관왕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일하게 3관왕 이상을 두 번 한 선수가 됐다. 또 두 차례 대회에서 금메달을 총 7개 따내 역대 한국 선수 중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전까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의 금메달 5개가 최다 기록이었다. 이승훈은 두 번의 대회에서 총 8개의 메달(2011년 대회 팀 추월 은메달 포함)을 획득해 역대 최다 메달 획득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는 김동성(쇼트트랙)이 홀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틀 연속 메달 행진, 6개 수확

이승훈의 활약에 힘입어 다른 선수들도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스피드스케이팅 고교 유망주 김민석(18·평촌고)이 남자 1500m에서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김민석은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해 1분46초26의 아시아기록을 세우며 20명 선수 중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날 팀 추월에서 이승훈, 주형준(26·동두천시청)과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김민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며 한국 빙상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민석은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낸 매스스타트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김민석과 함께 대회 2관왕을 노린 스키 크로스컨트리 대표팀의 김마그너스(19)는 은메달을 땄다. 김마그너스는 이날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0㎞ 클래식에서 25분32초5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일 1.4㎞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금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은메달로 장식했다. 김마그너스는 24일 30㎞ 계주, 26일 30㎞ 프리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동메달 소식도 들려왔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24·강원도청)이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영서(20·한국체대)는 스키 알파인 여자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쥐었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 6개의 메달을 추가했지만 종합 순위는 일본에 밀려 2위로 내려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